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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질문받지 않고 12분간 결백 주장, 그럼에도 "$450만가 사라졌는데 몰랐다고?" 美매체

노재형 기자

입력 2024-03-26 17:30

수정 2024-03-2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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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질문받지 않고 12분간 결백 주장, 그럼에도 "$450만가 사라…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26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 프레스룸에서 전 통역 미즈하라 이페이의 도박 스캔들에 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은 다저스 구단이 언론에 배포한 것이다. UPI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오타니는 26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 프레스룸에서 최근 메이저리그를 충격에 몰아놓은 통역의 '도박 스캔들'에 관해 12분 동안 입장을 밝혔다. 전체적인 내용은 전 통역 미즈하라 이페이의 도박 중독과 계좌 송금 사실에 관해 몰랐고, 미즈하라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오타니는 "개인적으로 내가 믿었던 사람이 이런 일을 벌였다는데 대해 매우 슬프고 충격을 받았다"고 운을 뗐다.

윌 아이어튼 다저스 운영팀 매니저가 통역에 나선 가운데 오타니는 "그는 내 계좌에서 돈을 훔쳤고, 거짓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프레스룸에는 70여명의 현지 기자들이 모였고, 오타니는 검은 색 폴더에 준비한 일본어 입장문을 꺼냈는데, 거의 글을 안 보고 기자들을 향해 심경을 토해냈다. 오타니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았고, 사진 촬영도 허락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기자회견은 MLB네트워크와 스포츠넷LA를 통해 중계됐다.

기자회견에는 스탠 카스텐 다저스 CEO와 론 로즌 마케팅 이사, 앤드류 프리드먼 운영부문 사장, 데이브 로버츠 감독, 유틸리틴맨 키키 에르난데스, 투수 조 켈리가 참석했다.

오타니는 "나는 야구 혹은 그 어떤 스포츠에 베팅한 적이 결코 없고, 누군가에게 나를 대신해 그런 일을 하라고 요청한 적도 없다"면서 "스포츠 베팅을 하기 위해 도박업자와 접촉한 적도 없고, 최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몰랐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미즈하라의 도박 스캔들이 터진 것은 지난 2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서울 개막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다저스 구단이 미즈하라를 불법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대고 오타니의 계좌를 건드렸다는 보도와 제보를 받고 해고시킨 직후다.

당시 LA 타임스는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에서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도박업체를 운영하는 매트 보위어에 450만달러를 송금한 것에 대해 연방당국이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타니가 침묵을 깨고 5일 만에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과 심경을 허심탄회하게 전한 것이다.

도박 스캔들 논란은 미즈하라가 ESPN 인터뷰에서 말을 바꾸면서 더 시끄러워졌고, 오타니가 개입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미즈하라는 21일 오전 ESPN과 첫 인터뷰에서 "오타니에게 도박 빚을 갚아달라고 부탁했다. 오타니가 그의 컴퓨터로 로그인해 50만달러씩 8~9차례에 걸쳐 계좌 이체를 했다. 이전에도 드래프트킹스를 통해 베팅을 했으며, 도박업자 매트 보위어를 통해 합법적으로 했다"며 "분명히 오타니도 (내 도박 빚으로)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는 내가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도록 하려고 날 도와주려고 했다. 날 위해 갚아주기로 한 것이다. 나는 이것이 불법인 줄 몰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즈하라는 다음 날 "오타니는 나의 도박 빚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도박업자에 송금도 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자신이 오타니의 계좌에서 돈을 빼 보위어에게 보냈다고 한 것이다.

오타니의 입장을 대변하는 로펌 버크 브레틀러 LLP는 22일 입장문을 내고 "오타니는 거대한 도둑의 희생자"라고 발표했다. 결국 오타니 측은 미즈하라를 절도 혐의로 고소했다.

오타니는 "미디어 여러분이 지난 주 내 대리인에게 연락해 내가 도박에 관여했는지를 물어왔다. 그러나 미즈하라는 나에게 이 미디어의 질문이 있었다는 것조차 숨겼다"면서 "내가 작년 몇 개월 동안 도박업자에게 내 계좌에서 직접 송금했다는 그의 말은 거짓이다. 내 계좌에 관해 나와 이야기를 나눈 모든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해왔다. 나의 대리인들과 다저스 구단에 그것은 진실이 아님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오타니는 "한국에서 1차전이 끝난 뒤 팀 미팅에서 미즈하라는 영어로 얘기해 난 내 입장을 말해줄 사람이 없었다. 그럼에도 난 무슨 일인지 어느 정도 이해했고,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팅을 앞두고 미즈하라가 '미팅이 끝나면 호텔에서 일대일 이야기하자'고 해 난 기다렸다. 그날 팀 미팅 전까지 그가 도박에 중독됐고, 상당한 빚을 지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타니는 "난 당시 미팅에서 미즈하라가 내 계좌를 통해 도박업자에 송금했다는 걸 알았다. 당시 분명히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대리인들과 연락을 했는데, 미즈하라가 내내 거짓말을 해왔다는 걸 찾아냈다"면서 "그 뒤로 다저스 구단과 내 변호사에 연락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들도 거짓말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ESPN은 'IRS(미국 국세청)는 미즈하라와 보위어가 LA 현장 사법당국으로부터 범죄 수사를 받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대변인은 오타니 측의 요청으로 조사가 시작됐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며 '오타니는 어느 시점에도 도박으로 고소를 받은 적이 없고, 야구에 어떠한 베팅도 하지 않았다. 만약 야구에 베팅을 했다면 영구제명된다. 캘리포니아주는 스포츠베팅이 불법인 12개 주 가운데 하나다. 불법 도박업자들은 그것이 합법인 주에서도 단속을 피해 업체를 운영한다'고 전했다.

오타니와 미즈하라는 2013년 오타니가 니혼햄 파이터스에 입단할 때부터 인연을 이어왔다. 당시 오타니는 투타 겸업 루키로 주목받았고, 미즈하라는 니혼햄 외국인 선수 통역을 맡고 있었다. 둘은 이후 가까운 사이가 돼 오타니가 2018년 LA 에인절스에 입단한 뒤로 미즈하라는 6년간 그의 '입과 귀' 역할을 했다. 주위에서 "헤어질 수 없는 형제"로 평가한 11년 인연이 파국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다만 오타니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MLB로부터 출전 정지 등의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보고 있다.

이날 오타니의 결백 주장에도 불구, 현지 매체들은 몇 가지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야후스포츠는 '메이저리그 선수의 은행계좌에서 450만달러가 사라졌다는 걸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수가 있는가? 또한 그 누구도 ESPN 보도 내용을 오타니에게 이야기해주지 않았는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오타니는 이날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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