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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 연봉 10~20억' 친구의 배신→직접 송금도 문제…오타니 정상적으로 뛸 수 있나

나유리 기자

입력 2024-03-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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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 연봉 10~20억' 친구의 배신→직접 송금도 문제…오타니 정상적으…
한국에서 사상 최초로 열리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인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경기가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LA가 5-2로 승리했다. 오타니가 더그아웃에서 미소 짓고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3.20/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충격의 연속이다. 10년 이상 알고 지내온 절친한 친구이자 통역이었던 미즈하라 잇페이의 배신. 오타니 쇼헤이는 정상적으로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까.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LA타임즈', 'ESPN'을 통해 믿기 힘든 내용의 뉴스가 보도됐다. 발단은 캘리포니아 남부의 도박 업체를 운영하는 매튜 보위어와 미즈하라가 연관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매튜 보위어는 '위증 혐의'를 받았던 야시엘 푸이그와도 연관이 있는 인물로 알려져있다. 'ESPN'에 따르면, 연방 정부 수사관들이 보위어가 운영하는 사업체에 대해 조사하다가 오타니의 이름으로 지난해 9월과 10월 두차례 50만달러씩 송금된 내역을 확인했다. 이후 조사 끝에 그의 통역인 미즈하라가 보위어가 운영하는 업체에게 수십만 달러 이상의 빚을 진 것으로 확인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와 과거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한 미즈하라는 니혼햄에서 영어 통역일을 하다가 오타니가 LA 에인절스와 계약할 당시,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함께 보낸 시간만 7년 가까이 됐다.

단순히 통역 업무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타니가 운전 면허를 따지 않았을때 운전 기사 역할도 했고, LA 인근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통해 오타니의 식사를 챙기기도 했다. 훈련 보조 뿐만 아니라 전력 분석 등 사실상 24시간 함께 하는 매니저 역할을 맡았다. 때문에 고국 일본에서 오타니 못지 않게 유명한 통역이 바로 미즈하라였다. 서울 개막전 참석차 오타니의 아내와 부모님, 가족들이 한국을 찾았는데, 미즈하라의 아내 역시 '오타니 패밀리'와 시종일관 함께 하며 친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친근한 이미지의 미즈하라가 실제로는 불법 스포츠 베팅에 빠져 거액의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문제는 오타니가 과연 어디까지 알고 있었고, 미즈하라가 정말 오타니의 계좌에서 돈을 훔쳐서 쓴 것인지, 아니면 오타니가 친구의 빚을 갚아주기 위해 송금을 한 것인지가 핵심이다.

미즈하라는 19일 'ESPN'과 90분에 걸쳐 인터뷰를 했고, 그 인터뷰에서 "내가 오타니에게 도박 빚을 갚아달라고 부탁했다. 오타니는 (도박 빚 이야기를 들은 후)기뻐하지 않았으며, 이런 문제가 또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를 위해 도박 빚을 갚아주기로 했다. 나는 쇼헤이(오타니)가 도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주길 바란다. 나 역시 이 업체가 불법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나는 교훈을 얻었다. 나는 수백만 달러를 잃었고, 빚을 메우기 위해 도박을 하고 또 했지만 계속 돈을 잃었다.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을 것이다"고 고백했다.

미즈하라는 2021년 샌디에이고 포커 게임에서 보위어와 처음 만났고, 2022년말 이미 빚이 100만달러 이상이 됐다. 그리고 이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고백했다. 다만, 미즈하라는 자신이 야구와 관련해서는 베팅을 한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가 베팅을 한 스포츠 종목은 해외축구, NBA, NFL, 대학 풋볼이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에게 도박 빚을 고백한 후, 오타니가 직접 컴퓨터로 자신의 계좌에 로그인해 수개월에 걸쳐 돈을 송금해줬다고 밝혔다. 'ESPN'은 "이들은 거래 설명란에 '대출 명목'이라고 적었다"고 했다.

미즈하라는 왜 오타니가 돈을 직접 주지 않고, 자신이 계좌 이체를 직접 했는지에 대한 'EPSN'의 질문에 "오타니가 돈과 관련해서는 저를 신뢰하지 않았기 ??문이다. 오타니는 제가 돈을 받으면 또 도박을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타니는 미즈하라가 보는 앞에서 보위어의 동료에게 돈을 송금했다. 빚을 갚아주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오타니가 직접 송금을 한 자체로도 행위에 연루가 될 수 있다. 오타니의 변호인 측은 미즈하라가 'ESPN'과 인터뷰를 하면서 밝힌 내용들을 부인하면서 "오타니는 대규모 절도 피해자"라고 입장을 밝혔다.

'디 애슬레틱' 보도에 따르면 심지어는 미즈하라도 자신의 말을 바꿔 "오타니는 내가 도박을 한 사실과 빚을 진 사실, 갚으려는 시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분명 오타니도 일련의 과정들을 모두 알고 있었을텐데, 그러기에는 20일 서울 개막전에서 보여준 두사람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오타니는 정상적으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전을 뛰며, 다저스 선수로서의 첫 안타, 타점까지 신고했다. 관중석에는 아내와 가족들, 그리고 미즈하라의 아내도 함께 있었다.

미즈하라도 평소와 다름 없이 오타니의 옆에서 경기를 준비했다. 경기 시작 전에는 샌디에이고 더그아웃을 찾아 마쓰이 유키를 만나는 모습도 취재진이 확인했고, 경기 종료 직전까지만 해도 오타니와 미즈하라가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하지만 경기 직전, 혹은 경기 중 어떠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ESPN'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개막전이 끝난 후 고척돔내 다저스 클럽하우스를 찾아 "나는 도박 중독이다.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다저스 선수단이 개막전 모든 일정을 마친 후 숙소로 돌아가는 선수단 버스에 탑승했을 때도 미즈하라가 오타니와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 애슬레틱'은 "MLB 사무국 관계자에 따르면, 오타니는 현재까지 징계 대상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저스 구단은 21일 성명을 내고 미즈하라의 해고 사실을 인정했으며, 더이상 코멘트를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타니는 21일 오전 잇페이와의 SNS 계정 팔로우를 끊어 '언팔로우'했다. SNS를 통해서도 잇페이와의 친분을 드러내고, 누구보다 가까이 지냈던 오타니가 뉴스가 보도된 후 팔로우를 끊으면서 정신적 충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도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잇페이는 연간 10억원 이상 최대 2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그는 공식적으로 다저스 구단이 고용한 직원 연봉을 받고 있는데, 그 외에도 오타니의 에이전시인 CAA와 별도 계약을 통해 오타니의 매니지먼트 대가로 오타니의 연간 수익 중 1~2%를 받는 조건으로 알려져있다. 오타니의 생활 전반적인 부분들을 모두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에이전시 직원 수준의 수행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타니의 1년 연봉을 감안했을때, 잇페이의 연봉이 단순 계산만으로도 10억원~2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됐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잇페이는 불명예스럽게 명예와 직업을 잃었고, 오타니도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를 잃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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