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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 버린 친구, 유격수도 잘 할거야" 동갑내기 저지가 베츠를 굳이 응원한다? 자신도 변신했었으니까

노재형 기자

입력 2024-03-11 00:20

수정 2024-03-11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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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 버린 친구, 유격수도 잘 할거야" 동갑내기 저지가 베츠를 굳이 …
LA 다저스 유격수 무키 베츠.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가 이번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순전히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두 거물급 일본 선수들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몸값 기록을 세웠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세계 스포츠 역사상 단일계약으로는 최대 규모인 10년 7억달러에 계약했다. 총액 중 97%인 6억8000만달러를 계약기간이 끝난 뒤 받기로 해 '현가(現價)'는 약 4억6000만달러로 떨어지나, 이 조차도 메이저리그 최고 계약 기록인 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의 12년 4억265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는다.

야마모토는 12년 3억2650만달러에 계약함으로써 역대 투수 최고 몸값인 뉴욕 양키스 게릿 콜의 9년 3억2400만달러를 100만달러 차이로 제쳤다. 두 선수가 스프링트레이닝 개막과 함께 애리조나 글렌데일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다저스 홈구장 캐멀백랜치는 연일 팬들과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10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다저스가 홈 시범경기 8게임에서 끌어들인 팬은 8만4893명으로 평균 1만611명이다. 이는 지난해 시범경기 첫 8게임의 평균 관중 8989명보다 18%가 늘어난 수치다. 순전히 '오타니-야마모토 효과'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시범경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다저스 캠프에 메가톤급 뉴스가 지난 9일 전해졌다. 바로 다저스의 간판타자인 무키 베츠가 유격수로 포지션을 옮긴다는 것이었다. 이날 베츠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지만, 이 경기부터 유격수로 출전할 예정이었다. 정규시즌 개막을 불과 11일 앞둔 시점이었다.

결국 베츠는 10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게임에 리드오프 유격수로 출전해 6회까지 수비를 봤다.

원래 다저스 유격수는 개빈 럭스다. 그는 지난해 스프링트레이닝서 오른쪽 무릎 인대를 다쳐 수술을 받고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하지만 1년간의 재활을 마치고 이번 스프링트레이닝에 정상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럭스는 유격수 수비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특히 쇼트-홉(short-hop) 타구 처리, 즉 타구가 바운드되자마자 잡아 1루로 송구하는데 있어 계속해서 불안감을 노출한 것이다. 결국 럭스를 2루로 옮기고 베츠를 유격수로 쓰는 방안을 최종 채택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금 당장 이 조치를 취한 것은 실점을 막고 승리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개빈의 포지션을 바꿈으로써 그가 내야의 다른 쪽에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 1루까지 송구거리가 짧고, 몸에 부담도 줄어드니 그에게 성공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럭스가 아니라 유격수로 변신한 베츠에 몰릴 수밖에 없다. 베츠는 지난해 우익수로 77경기, 2루수로 62경기, 유격수로 12경기에 각각 선발출전했다. 워낙 수비력이 뛰어나 어느 포지션에서든 안정감이 넘쳤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유격수도 봤는데, 문제가 없으니 이번에 과감하게 맡기지 않았을까 한다.

베츠는 보스턴 레드삭스 마이너리그 시절 원래 내야수였다. 그러나 성장을 거듭하면서 외야수로 변신해 빅리그에 데뷔했다.

베츠는 유격수 전업에 대해 "분명히 큰 변화다. 하지만 역시 흥미롭다. 더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원래 수비라는 건 다저스에서는 언제나 부담스럽다"며 "다저스 선수가 된다는 것, 다저스 유격수가 된다는 것은 큰 부담이지만, 그래도 난 좋다"며 반겼다.

이어 베츠는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같은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우승을 원할 뿐이고, 거기에 어떻게 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아무 곳이나 좋다. 그라운드에 있는 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베츠의 유격수 변신 소식에 응원을 보내준 선수가 있다. 바로 양키스 거포 애런 저지다.

저지는 10일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베츠는 외야수로 골드글러브를 6번 받았다. 보통은 그런 외야수를 계속 유지시키는 게 일반적인데, 그는 내야수로 옮겨 자신의 이기심을 버리고 팀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했다. 이제는 유격수로 옮긴다고 하니 그가 선수로서, 동료로서 어떤 사람인지 사람들은 할 말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존경을 표했다.

저지와 베츠는 한 팀에서 뛰어본 적은 없다. 그러나 베츠가 보스턴 시절인 2014~2019년까지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이라 자주 만나며 친분을 쌓았다. 더구나 같은 1992년 생이다.

저지는 "그가 내야수로 뛰는 걸 보기는 했다. 엄청난 기술을 갖고 있다. 손놀림과 움직임이 굉장하다. 레드삭스에서 2루수를 보는데 더스틴 페드로이아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새로운 포지션에서도 잘 해낼 것이다. 그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베츠에 비할 바는 안 되지만, 사실 저지도 포지션 변경을 경험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때부터 우익수로 나선 그는 2021년부터 중견수도 겸하면서 2022년에는 우익수와 중견수를 비슷하게 봤다. 작년에는 발가락 골절상을 입어 결장이 많았기 때문에 우익수와 지명타자로 주로 뛰었다.

그러나 올해는 새 식구인 후안 소토와 알렉스 버두고가 각각 우익수, 좌익수로 나서기 때문에 저지는 중견수만 볼 가능성이 높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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