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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보라스 '백기투항' 인정, "벨린저 장기계약 오퍼 없었다"...칠면조-온도계 이론 꺼내

노재형 기자

입력 2024-02-2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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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보라스 '백기투항' 인정, "벨린저 장기계약 오퍼 없었다"...칠…
코디 벨린저가 컵스와 3년 8000만달러에 계약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백기투항'했음을 인정했다.



최근 시카고 컵스 잔류를 결정한 FA 외야수 코디 벨린저가 29일(이하 한국시각) 스프링트레이닝이 열리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보라스와 제드 호이어 컵스 사장이 참석했다.

벨린저가 컵스와 합의한 계약 조건은 3년 8000만달러다. 올해와 내년 각 3000만달러, 2026년 2000만달러의 연봉이 책정됐다. 여기에 올해 또는 내년 말 옵트아웃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벨린저에게 주어졌다.

당초 보라스는 2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물색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오퍼를 한 구단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해와 내년에 걸쳐 '확실하게 부활했음'을 보여주고 다시 FA 시장에 나가 장기계약을 노리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2022년 LA 다저스에서 내쫓기 듯 논텐더로 풀려 FA 시장에 나간 벨린저는 컵스와 1+1년 계약을 맺고 지난해 부활에 성공했다. 수비를 하다 입은 무릎 부상 때문에 5월 17일부터 6월 16일까지 한 달간 결장했음에도 130경기에서 타율 0.307(499타수 153안타), 26홈런, 97타점, 95득점, 20도루, OPS 0.881을 마크하며 내셔널리그 MVP에 올랐던 2019년과 비슷한 포스를 되찾았다.

벨린저는 컵스와 맺은 올해 상호옵션을 포기하고 다시 시장에 나갔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보라스는 앞서 지난해 9월 벨린저의 부활에 대해 "호이어 사장에게 내가 강조한 게 있다. 3년 동안 OPS가 0.80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고 0.900~1.000를 유지하면서 신인왕과 MVP에 오른 선수가 갑자기 OPS가 0.550~0.650으로 떨어진다면, 그건 분명히 기량 문제가 아니다"며 "코디는 어깨 수술을 받은 뒤 힘이 떨어졌을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2020년 NLCS에서 다친 어깨가 이제는 회복됐으니, '2019년 MVP 벨린저'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당시 USA투데이는 '보라스가 벨린저에 2억달러 이상의 FA 계약을 구해주려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구단들은 보라스의 설득에 넘어가지 않았다. 한 시즌 '반짝'한 것 가지고 7~8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해줄 수는 없다고 맞섰다. 뉴욕 양키스의 경우 벨린저의 타구 속도와 하드 히트 비율이 줄어든 것을 지적하며 일찌감치 협상을 접었다. 이에 대해 벨린저는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맞히는 타격을 해 그렇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벨린저는 원하는 조건에 가까운 계약을 했느냐는 질문에 보라스에 마이크를 넘겼다.

보라스는 "많은 변수가 있었다. 지금 시장에는 어느 정도 불규칙성이 존재한다. 1년 전보다 돈을 적게 쓰는 팀이 11개팀에 이른다. 메이저리그 전체가 기록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는데도 말이다"며 단기계약을 받아들인 이유를 구단들이 지갑을 열지 않은 탓으로 돌렸다.

이어 보라스는 처음부터 장기계약 오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느냐는 물음에 "분명히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궁극적으로 그게 목표였으니까"라면서도 "마지막 순간 일이 이렇게 풀린 것은 만족스럽다. 장기계약은 아니지만, 이 계약 자체로도 만족하고 새로 시작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최선의 계약을 했다는 것이지만, 벨린저와 자신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호이어 사장에 따르면 보라스는 지난해 7월 연장계약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그러나 컵스 구단은 당시 장기계약 얘기 자체를 배제하기로 했다. 호이어 사장은 "어떤 협상이든, 우리가 서로 제안을 주고받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 양측이 원하는 것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지난 5~7일 동안 우리는 양측에 합리적인 계약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보라스는 장기계약 오퍼가 없었던 점에 대해 "난 구단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뭔지 코디에게 알리고 준비시켜야 했다. 실력을 갖고 있는 선수가 그것에 걸맞는 걸 얻을 가능성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짧은 계약이 포함된다"며 "FA 협상은 칠면조와 온도계 같은 것이다. 냄비에 집어넣고 온도가 어떤지 봐야 하고 상태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

보라스 고객 중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맷 채프먼은 여전히 미계약이다. 이들도 벨린저와 같은 방식으로 계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을 이길 수 있는 개별 경제 주체는 없음이 벨린저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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