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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인데 왜 왔어, 형?" 야마모토 데뷔전 응원하러 온 오타니, 기특한 후배에 싱글벙글

노재형 기자

입력 2024-02-2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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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인데 왜 왔어, 형?" 야마모토 데뷔전 응원하러 온 오타니, 기…
LA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운데)가 29일(한국시각) 텍사스 레인저스전에 선발등판해 2이닝 투구를 마친 뒤 더그아웃에서 오타니 쇼헤이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른 29일(이하 한국시각) 3루 다저스 더그아웃에 생각지 못한 선수가 앉아 있었다.



바로 오타니 쇼헤이다. 다저스는 이날 경기가 서프라이즈 원정에서 열려 주전 선수들 대부분을 홈인 글렌데일에 남겨놓고 왔다.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윌 스미스, 제이슨 헤이워드 등은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오타니가 굳이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은 원정에 나선 것은 순전히 야마모토 때문이다. 일본인 동료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날 야마모토는 기대 이상의 호투를 벌였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텍사스 강타선을 2이닝 1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냈다. 야마모토가 2회 투구를 마치고 내려가는 순간 원정임에도 7714명의 팬들이 기립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야마모토는 19개의 공을 던졌고 자신이 가진 구종을 모두 점검했다. 스트라이크가 16개였고, 4사구를 한 개도 내주지 않는 깔끔한 제구력도 과시했다.

1회말 리드오프 마커스 시미엔과의 대결이 압권이었다. 야마모토는 초구 95마일 직구를 던져 파울을 유도한 뒤 2구째 79마일 커브를 낮게 떨궈 다시 파울을 유도하며 시미엔의 시야를 흐트러뜨리더니 결국 볼카운트 2B2S에서 6구째 96마일 빠른 공을 높은 코스로 꽂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때 더그아웃에서 오타니가 박수를 치며 응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야마모토는 에반 카터에 중전안타를 허용했으나, 와이엇 랭포드를 96마일 직구로 3루수 병살타로 처리해 금세 이닝을 마무리했다.

2회에는 2022년 아메리칸리그 실버슬러거인 나다니엘 로를 스플리터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조나 하임을 초구에 좌익수 플라이로 제압했다. 이어 레오디 타베라스를 좌우 코너워크로 흔들어댄 뒤 91마일 스플리터를 몸쪽 낮은 코스로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고 이닝을 끝냈다.

야마모토가 마운드를 내려가 더그아웃으로 향하자 오타니가 마중을 나와 격하게 반겨주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야마모토는 "오타니가 여기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정말 행복했다. 그는 '그냥 그런대로 괜찮아서 왔다'고 하더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오타니가 "너를 보러 온 것"이라는 말 대신 "올만 하니까 왔다"는 뉘앙스로 말했다는 것이다.

MLB.com은 '야마모토가 기립박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자 동료들이 열렬히 맞아줬다. 특히 이날 휴일로 잡힌 오타니가 격하게 야마모토를 반겼다. 순전히 메이저리거로서 미국에서 처음으로 등판하는 야마모토를 보기 위해 온 것'이라고 전했다.

오타니와 야마모토는 지난해 12월 합계 10억달러가 넘는 메가톤급 계약을 맺고 함께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오타니는 역사상 최고액인 10년 7억달러, 야마모토는 역대 투수 최고액인 12년 3억2500만달러에 각각 도장을 찍었다. 둘은 글렌데일 캠프에 합류한 뒤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

이날 텍사스전에서도 둘은 더그아웃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MLB.com은 '다저스는 어제 오타니가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투런홈런을 터뜨리며 기대치를 뛰어넘어 10억달러 계획의 첫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며 '하루가 지나고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역사상 가장 비싼 투수라는 홍보를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차례였는데 비록 시범경기였지만, 야마모토는 왜 그가 FA 사상 가장 큰 각광을 받았는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보여줬다'고 논평했다.

한편, 오타니는 전날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 시범경기 첫 출전을 해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밀어치기로 좌중간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이날 경기는 지난 23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을 치른 다저스의 6번째 경기. 지난해 9월 팔꿈치 수술, 즉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오타니는 스프링트레이닝서 자신의 스케줄대로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다저스 데뷔전을 이날 화이트삭스전으로 선택해 출전하게 됐다.

오타니는 2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앞타자 리드오프는 무키 베츠, 뒷타자는 프레디 프리먼이 자리했다.

오타니는 1-4로 뒤진 5회말 2사 1루 세 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렸다.

상대 투수는 우완 도미닉 리온. 그는 지난해 뉴욕 메츠, LA 에인절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51경기에 등판해 54이닝을 던져 1승3패, 평균자책점 4.67을 기록한 10년 경력의 베테랑 불펜이다. 지난해 8월 에인절스에서 12경기를 던졌으니, 오타니와도 잠시 한솥밥을 먹은 셈.

오타니는 초구를 파울로 걷어낸 뒤 2,3구를 볼로 골랐다. 4구째 바깥쪽 직구에 헛스윙한 오타니는 5구째를 다시 볼로 골라 풀카운트를 만들었다. 이때 리온의 1루 견제가 뒤로 빠지면서 호세 라모스가 2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오타니는 리온의 6구째 한복판에서 바깥쪽으로 살짝 흐르는 직구를 걷어올려 좌중간 담장을 살짝 넘겼다. 높이 솟구친 타구는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상대 좌익수 도미닉 플레처가 펜스까지 따라가다 그대로 포기하고 떨어지는 타구를 바라봤다.

오타니는 3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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