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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감과 무기력 느낀 한국 야구' 새출발…목적지는 올해 11월이 아니다[SC핫포커스]

나유리 기자

입력 2024-02-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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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감과 무기력 느낀 한국 야구' 새출발…목적지는 올해 11월이 아니다
류중일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굴욕감과 무기력을 느꼈던 한국 야구 대표팀의 새출발. 이제 진짜 장기전이다.



KBO(한구야구위원회)가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류중일 감독을 지난 23일 선임했다. 류 감독은 지난해 하반기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으로 발탁됐었다. LG 트윈스 사령탑에서 물러난 후 야인으로 있던 류중일 감독은 원래 2022년 개최될 예정이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맞춰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당시에만 해도 전임 감독제 부활 전이라,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사령탑으로 1회성 발탁에 가까웠다.

그런데 지난해 변수가 발생했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손에 쥔 KBO가 고심 끝에 지난 7월 20일 전략 회의를 통해 전임 감독제 재시행을 결정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 펜데믹 여파로 1년 미뤄지면서, 지난해 9월 개막했고 자연스럽게 류중일 감독의 대표팀 감독 재임 기간이 늘어나게 됐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라는 목표 달성에 성공한 류중일 감독은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한국, 일본, 대만, 호주의 20대 초중반 유망주 선수들을 중심으로 펼쳐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도 지휘봉을 잡게 됐다. APBC에서는 준우승을 기록했다.

전임 감독제가 부활했지만, 사실상 공식적인 전임 감독은 아닌 애매한 상태로 2개 대회를 치른 셈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초 새로운 전임 감독이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올해 예정된 국제 대회는 11월 열릴 '프리미어12' 뿐이지만, 3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방한해 사상 첫 한국 공식 개막전을 치르면서 대표팀도 소집이 될 예정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단연 류중일 감독이었다. 당장 새로운 인물에게 대표팀을 맡기기에는 부담이 있고, 지난해 아시안게임과 APBC를 통해 세대 교체의 밑바탕을 잘 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야구 대표팀 감독이 '독이 든 성배'라고 불릴만큼 잘해야 본전, 못하면 비난 폭격을 받는 자리인지라 연륜과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감독이 적합했다.

그리고 새로 꾸려진 전력강화위원회가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토대로 향후 2024 프리미어 12, 2026 WBC 대회에서 주축이 될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점과 연속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류중일 감독 선임 배경을 밝혔다. 선동열, 김경문에 이어 세번째 야구 대표팀 전임 감독이 탄생했다.

전임 감독 뿐만 아니라 최일언 코치와 류지현 코치를 대표팀 투타 부문 전담 코치로 선임했다. 지금까지는 전임 감독제가 실시되더라도, 코칭스태프 구성은 대회를 앞두고 조직됐다. 해당 코치들의 개인적인 거취에 따라 변화의 폭도 컸다. 하지만 적어도 투수와 타자 메인 코치만큼은 못을 박아둔 상태에서 대표팀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나머지 코칭스태프 구성은 3월초 완료된다.

류중일 감독의 보장된 임기는 길지 않다. 일단 올해 프리미어12 대회까지다. 내년에는 예정된 큰 국제 대회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올해 결과에 따라 임기는 연장될 수도 있고, 내년에 KBO가 어떤 매치업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야구 대표팀의 목적지가 올해 11월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야구 대표팀은 지난 수년간 국제 대회에서 굴욕감과 무기력을 느꼈다. 2017년 WBC 충격의 1라운드 탈락,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하고도 선수 발탁 기준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대표팀 전체가 흔들리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2019년 프리미어12 준우승을 했지만, 2021년 도쿄올림픽 '노메달' 쇼크는 컸다. 결국 전임 감독제가 1차 실패하고, 다시 겸임 감독제가 채택된 계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열린 WBC에서 야구 대표팀은 미국, 일본과 중남미 국가들이 최상의 전력을 꾸려 나온 상황에서, 또다시 1라운드 탈락이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메이저리거 김하성, 최초의 한국계 대표팀 선수인 토미 에드먼 등을 영입했고, 이정후 김광현 양현종 양의지 김현수 박병호 등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의기투합했지만 오히려 세계 무대와의 격차만 실감했다. '변방'이라 부르던 유럽 팀들의 급성장을 확인했고, 일본과의 격차는 오히려 더 멀어진 상태. 실망스러운 결과에 '한국 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뼈아픈 질타를 고개 숙여 들어야 했다.

지난해 WBC 실패 이후, 야구 대표팀의 소극적인 국제 교류, 확실한 가이드라인 없는 대표팀 운영, 장기 계획 부재 등을 확인했다. 굴욕의 시간을 지나 변화와 쇄신을 다짐했지만, 실제적으로 얼마나 달라질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나 마찬가지다. 일본, 대만, 호주 등은 꾸준히 대표팀 이벤트성 경기를 마련한다. 일본 대표팀은 3월초 유럽 연합팀과 연습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체코,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선수들로 꾸린 유럽 연합팀과 일본프로야구 정예 멤버들로 꾸린 일본 대표팀의 연습 경기는 단순한 이벤트성이 아닌, 다양한 선수들과의 교류를 계속해서 추진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다음달 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메이저리그 스타들과 2경기 맞대결을 펼친 후 11월 프리미어12를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금메달 영광에 젖어있을 시간은 없다. 국제 대회 경쟁력이 곧 한국 야구의 근간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류중일 감독과 대표팀 뿐만 아니라 모든 야구인의 동반 노력이 필요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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