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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이닝 1실점에도 못 웃던 외로움은 잊어라…RYU는 마지막 조각, 결실의 시간이 온다

이종서 기자

입력 2024-02-25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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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이닝 1실점에도 못 웃던 외로움은 잊어라…RYU는 마지막 조각, 결실…
23일 한화 이글스 선수단이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훈련했다. 캠프에 합류한 류현진이 불펜 피칭을 했다. 집중해서 투구하는 류현진. 오키나와(일본)=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2.23/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나홀로' 기억은 지워질 수 있을까.



2013년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기 전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은 '소년 가장'으로 불려왔다.

메이저리그 첫 2년 동안 14승을 거둔 그였지만, 한화에서 마지막 해였던 2012년 9승에 머물렀다.

부상이나 부진도 없었다. 27경기에 나왔고, 한 차례 완투도 있었다. 182⅔이닝을 던지며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18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평균자책점은 2.66에 그쳤고, 삼진은 210개나 잡아냈다.

이닝 당 출루율(WHIP)은 1.09로 16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수 중 가장 낮았다. 메이저리그를 앞두고 제대로 쇼케이스를 했던 1년이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하지만, 투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당시 리그는 지독한 '투고타저'의 시기였다. 그런 가운데 한화 타선은 더욱 답답한 흐름을 보여줬다. 팀 타율은 2할4푼9리로 8개 구단 중 7위, 득점권 타율 역시 2할5푼3로 뒤에서 두 번째 였다.

설상가장 투수진도 좋지 않았다. 팀 평균자책점은 4.55로 최하위였다.

27경기 등판 중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22차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17차례나 됐다. 퀄리티스타트를 한 경기 중 승리를 챙긴 건 8차례에 불과했다.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10월4일 대전 넥센(현 키움)에서는 10이닝 동안 129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으로 버텼지만, 끝내 승리 투수가 되지 않았다.

2011년까지 89승을 거둔 만큼, 2012년 11승만 올린다면 100승을 채울 수 있었다. 결국 류현진의 승리는 9승에서 멈췄다. 2승이 부족해 '미완의 과제'를 남겨둔 채 미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이 11년 간 자리를 비운 사이 한화는 여전히 우승이 없었다. 최근 5년 간은 하위권을 전전했다. 10개 구단 중 꼴찌가 3차례, 나머지 두 번은 9위에 그쳤다.

떠나기 전과 돌아왔을 때 팀 성적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분위기는 확실하게 다르다. 올 시즌 한화는 반등의 1년을 준비하고 있다.

류현진은 혼자 짐을 짊어져야 하는 고독한 에이스가 아닌 '마지막 조각'과 같은 존재가 됐다.

최근 몇 년 간 리빌딩 과정을 거치면서 유망주 수집을 알차게 했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뽑은 문동주는 지난해 8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올랐다. 류현진 이후 17년 만에 나온 경사다. 문동주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에이스로 거듭나기도 했다.

지난해 입단한 김서현은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김서현은 20경기 평균자책점 7.25에 그쳤다. 고교 시절 최고 에이스가 부딪힌 첫 현실의 벽. 올 시즌 실력과 멘털 모두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다.

올해 신인으로 뽑은 황준서는 문동주 김서현과 다르게 좌완 투수다.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도 제구까지 뛰어나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불펜진도 확실하게 갖춰지기 시작했다. 16세이브를 기록한 박상원이 올 시즌 제대로 뒷문 단속에 나설 예정이고, 주현상과 윤대경 김범수 등은 믿을 수 있는 불펜으로 성장했다.

타선에서는 투자 결실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외야수 채은성과 6년 총액 90억원에 계약했다. 채은성은 23개의 홈런을 날리면서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올 시즌 주장을 맡아 선수단 중심도 잡는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안치홍을 4+2년 총액 72억원에 영입했다. 3할 타율-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고 견실한 내야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 2년 동안 내외야에서 구심점이 될 선수를 모두 품었다.

류현진은 특별한 문제만 없다면 개막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통합우승팀 LG 트윈스를 만난다.

가장 중요한 류현진의 몸 상태 역시 최근 들어 가장 좋은 상태. 출국 전 "65개 정도까지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었다"고 밝힌 류현진은 캠프 합류 첫 날 불펜 피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류현진은 "건강만 하면 이닝을 확실히 따라올 것"이라며 "150이닝은 던지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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