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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캠 현장초점]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스프링캠프 사령탑 공백, 전략세미나마저 없었다면

박상경 기자

입력 2024-02-04 19:37

수정 2024-02-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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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스프링캠프 사령탑 공백, 전략세미나마저 없었다면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캔버라(호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KIA 타이거즈라는 이름, 다양한 이미지가 있다.



KBO리그 최다인 11차례 우승을 거둔 명문팀, 가는 곳마다 팬을 몰고 다니는 '전국구팀'이란 이미지는 확고하다. 그러나 이런 명성 속에 발전이 더디고, 변화에 취약하다는 평이 뒤따르기도 했다. 보수적인 분위기로 소위 '올드스쿨'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선입견도 조금씩 바뀌어 가는 분위기다.

스프링캠프 출발 전 실시한 2024 전략세미나가 그랬다. 1군-퓨처스(2군) 코칭스태프와 심재학 단장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최준영 대표이사까지 참여해 브리핑을 듣고 의견을 청취했다. 이 세미나에선 지난 시즌 리뷰와 올 시즌 팀별 운영 방안과 부상 방지 대책, 목표 설정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다. 올 시즌 도입이 예정돼 있는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와 피치클락, 베이스크기 확대, 시프트 금지 등에 선수단이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도 논의했다.

대부분의 팀이 캠프 출발을 앞두고 전략 회의 업무를 갖는다. 하지만 기술 코치 외에 트레이닝 파트와 프런트가 모두 참여해 의견을 내고 종합하는 그림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게 사실. 특히 그동안 변화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KIA이기에 이런 시도는 신선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전략세미나에 참가했던 이범호 타격 코치는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평소 선수 개개인별로 지켜보며 갖고 있던 내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선수들을 지도하고 대화하면서 이들의 장단점이나 생각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준비가 크게 어렵진 않았다. 올 시즌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할 수 있고, 이를 다른 파트 코치진과 공유하면서 보완할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각 파트 별 입장과 목표 설정에만 그친 게 아니다. 이범호 코치는 "우리 팀 타격이 어떻게 이뤄지면 어떤 주루 플레이를 통해 점수를 더 많이 생산해낼 수 있는지 발표한 조재영 주루 코치의 발표가 인상적이었다"며 "나 역시 타격 파트에서 어떤 테마를 통해 주루 플레이와 생산성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타격 컨디션이 좋으면 수비도 즐겁게 할 수 있고, 기복이나 빈틈이 줄어들게 된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만들어 갈 지에 대한 생각도 공유했다"며 "우리 팀 타격 페이스를 보면 4~5월엔 유지에 맞춰져 있다가 체력이 소모되는 6월에 전체적인 지표가 떨어진다. 이를 리커버리한 7~8월 상승세가 최고조"라며 "이런 기복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 각 파트별로 의견을 공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새롭게 합류한 박창민 수석 트레이너는 "스프링캠프에서 단순하게 운동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영양 섭취나 컨디셔닝이 중요하다"며 "시즌 중에도 빠르게 리커버리할 수 있는 방법, 부상 빈도를 줄이기 위해 선수 상태별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 파트에서의 훈련 등에 대한 제안을 세미나에서 했는데, 기술 파트 코치님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줘 신선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 관리는 컨디셔닝 파트만 하는 게 아니다. 기술 코치님들이나 전력분석팀과의 협업을 통해 더 좋은 성과를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부임 이후부터 꾸준히 소통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해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KIA는 타 팀과 달리 호크아이로 데이터 분석을 하는데, 다른 팀에 비해 얻을 수 있는 데이터 폭이 넓더라"며 "이 데이터를 잘 쌓고 분석, 보완해 나아간다면 정밀도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령탑 부재 속에 진행하는 호주 스프링캠프. 전략세미나의 위력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캠프 첫날부터 기술-트레이닝 파트가 전략세미나를 통해 공유한 목표치에 초점을 맞추고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주장 나성범은 "(감독 공백) 우려가 없지 않았는데, 첫날부터 체계적으로 몸을 만드는 방향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출발한 스프링캠프, 하지만 첫 턴 만에 안정을 찾았다. KIA의 2024시즌 준비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캔버라(호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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