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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캠 현장시선]멘붕 출국→첫 턴 만에 회복, 이 남자들 '희생' 없었다면 KIA는 무너졌다

박상경 기자

입력 2024-02-03 15:00

수정 2024-02-0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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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 출국→첫 턴 만에 회복, 이 남자들 '희생' 없었다면 KIA는 무너…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캔버라(호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우려했던 '집단 멘붕'은 없었다.



KIA 타이거즈가 호주 캔버라에서의 1차 스프링캠프 첫 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캠프 출발 이틀 전 사령탑 해임 결정이 내려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달 30일 선수단 출국길엔 황망함을 넘어 '멘붕'에 가까운 모습이 관측됐다. 선수단 보다 하루 앞서 호주 캠프로 출발한 진갑용 수석코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고 눈시울을 붉혔을 정도. KBO리그 사상 유례 없는 '사령탑 없는 스프링캠프'에서 KIA가 과연 제대로 훈련을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컸다.

우려가 기우로 바뀌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일 호주 캔버라 교외 나라분다의 MIT볼파크에서 진행된 첫 훈련. 선수단이나 코치들 모두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내면서 분위기 반등에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틀 째부터 서서히 녹아내린 분위기는 첫 턴 마지막 날인 사흘 째 여느 스프링캠프 모습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변모했다. KIA 관계자는 "이렇게 빨리 선수단 분위기가 안정을 찾을 줄은 몰랐다"며 놀라움과 동시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공석인 감독 대신 캠프를 이끌어 가고 있는 진 수석코치와 코치진의 공이 절대적이다.

진 수석코치는 하루 먼저 호주에 도착한 뒤 코치진을 불러 모아 캠프 초반 분위기 형성에 초점을 맞췄다. 첫날 전체 미팅에서도 "밝고, 즐겁게"를 강조하면서 구석구석을 돌며 선수들의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데 초점을 뒀다. 코치진 역시 평소보다 적극적인 스킨십을 통해 선수들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선수들 역시 이런 코치들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캠프 분위기는 빠르게 형성됐다.

사실 진 수석코치 및 나머지 코치들 입장에선 이번 캠프에서 웃을래야 웃기가 쉽지 않다.

두 시즌 동안 보좌해왔던 사령탑이 불미스런 일로 물러났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코치들이 모여있지만, 감독 없는 캠프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이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가운데 코치들을 추스르고 선수단을 독려해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KIA가 내부승격 뿐만 아니라 외부 인사 영입까지 염두에 두고 새 감독 선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 하루하루 미래가 불투명하다. 이 와중에 팀을 이끈다는 것은 보통 노력과 마음가짐으로는 이룰 수 없다.

KIA의 캠프 첫 턴 기간 진 수석은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호흡할 땐 여느 때와 같은 밝은 표정을 보였다. 그라운드 바깥으로 벗어난 뒤에 드리운 얼굴의 그늘까지 감추긴 어려웠지만, 이를 최대한 감추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코치들 역시 사흘 내내 평소보다 더 많은 말과 행동으로 불안감을 지우며 하루하루 싸워가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감춘 채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팀을 이끌어가고 있는 그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 덕분에 KIA는 무너질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있다.

캔버라(호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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