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시작 때만 해도 구름이 끼어 선선했던 날씨는 곧 땡볕 아래 30도가 넘는 불볕 더위로 바뀌었다. 오전 훈련을 마친 KIA 타이거즈 선수들의 몸은 이미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 이들을 지켜보던 코치들이 "그러다가 살이 타서 일어난다"고 주의를 줄 정도로 뜨가운 날씨가 첫날부터 펼쳐졌다.
캔버라 교외의 나라분다에 위치한 MIT 볼파크는 한적한 분위기. 외야에 펼쳐진 울창한 나무 아래 선수들의 기합 소리만 울려퍼질 뿐, 인적조차 드문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 구장 한켠에 KIA 구단 엠블럼과 '기아'라는 큼지막한 한글 글귀를 적어 내걸며 흡족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우연한 만남이었다. 호주 여행 중 캔버라를 찾은 염 씨는 지난 31일 시내에서 KIA 선수들과 마주쳤다. 8000㎞ 가까운 타지에서, 그것도 자신이 응원하는 KIA 선수단을 만난 게 어안 벙벙할 일. 30일 인천국제공항을 출국해 이날 캔버라에 도착한 선수들은 호텔 근처에서 짐을 기다리며 잠시 휴식 중이었다. 피곤할 법한 상황이었지만, 멀리서 본 반가운 팬을 모른 체 하지 않았다. 선수단은 염 씨 가족의 사진 촬영에 응하면서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주장 나성범은 훈련장 주소를 묻는 염 씨에게 스태프 도움을 받아 알려준 뒤 "꼭 보러 오시라"고 당부를 하기도. 첫 날 훈련에서 염 씨가 자녀들을 데리고 경기장을 찾으면서 약속을 지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