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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원팀' 깨면 용서 안했던 캡틴, 메뉴얼북 들고 감독이 됐다

나유리 기자

입력 2023-11-18 23:40

수정 2023-11-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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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 깨면 용서 안했던 캡틴, 메뉴얼북 들고 감독이 됐다
현대 유니콘스 선수 시절 이숭용.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단장을 해본 게 제 인생에 굉장한 터닝 포인트가 됐습니다."



SSG 랜더스 이숭용 신임 감독은 정신 없는 주말을 보냈다. 면접을 거쳐 지난 16일 구단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고, 17일 아침 일찍 홈 구장에 나가 사인을 했다. 그리고 감독 계약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전화가 쏟아졌다. 그리고 구단과도 끊임없이 논의를 했다. 가장 시급한 부분은 코칭스태프 구성. 1군 주요 보직 코치들은 신임 감독과 함께 탐색해야 한다. 이숭용 감독은 "팀에 필요한 코치, 성향이 좋은 코치, 방향성을 잘 설정하고 공부하는 코치를 찾고 있는데 쉽지는 않다"며 웃었다. "내심 마음에 두고 있던 코치들도 몇명 있는데, 시기상 다른 곳에서 역할이 다 정해지셨더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급하게 마무리지을 문제는 아니다. 이숭용 감독의 첫 출발을 함께하는 파트너들을 뽑는 만큼 신중하고 긴밀하게 구단과 논의 중이다.

알려진대로 이숭용 감독은 SSG 구단의 심층 면접을 통해 발탁됐다. "면접 준비를 하면서 여기저기에 자문도 구했다"는 그는 "단장을 했던 게 제 인생에 굉장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단장을 하면서 생각했던 부분들이 많다. 팀을 이렇게 운영하면 좋겠구나, 현장이랑 커뮤니케이션은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꼈다. 메뉴얼도 만들어놨다. 면접을 할 때는 구단이 나아갈 방향이 뭔지, SSG의 문화는 뭔지 이런 것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 했다. 현장에서 반발짝 물러나 프런트 살림 전반을 두루 살피는 단장을 경험한 것은 시야를 넓게 만들어준 좋은 기회였다.

선수 시절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캡틴'의 이미지가 강했다. 강력한 야구의 상징과도 같았던 현대 유니콘스 출신인데다, 현대를 거쳐 히어로즈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18년간 그는 늘 리더로 통했다. 그래서 '무섭다'는 이미지도 있었다. 이숭용 감독은 "선수때는 일단 전쟁을 해야하지 않나. 주장을 5번 했으니까 항상 내가 흔들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중요시하는 게 '원팀'이다. 아무리 야구를 잘하더라도 팀에 해를 끼치면 용서하지 않는 성향이었다. 후배들에게 정확하게 명분을 제시했고, 나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야구장에서는 항상 '베스트'로 뛰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팬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임했기 때문에 무섭다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때리거나 얼차려를 주지 않는다. 말하는 거나 풍기는 느낌이 무서웠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선수, 단장, 육성총괄을 거쳐 이제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SSG는 세대 교체와 쇄신, 새로운 변화를 위한 적임자가 필요했고 그게 이숭용이었다. 그는 단장을 경험하면서 느낀 많은 부분들을 메뉴얼북으로 만들었고, 이번 감독 면접을 앞두고도 다시 한번 숙지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이숭용 감독은 "플레이는 선수가 해야 한다. 감독은 선수들을 존중해주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한 말은 지키려고 노력할거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 특히 코칭스태프의 분위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첫번째 마음가짐을 밝혔다.

코치 선임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 계약, 2차 드래프트와 FA 전략, 전력 구상 등 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다. SSG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내년 스프링캠프가 되겠지만, 남은 두달 여의 시간 동안 손시헌 퓨처스 감독과도 긴밀한 소통을 하려고 한다. 이숭용 감독과 손시헌 감독은 한번도 한 팀에서 뛴 적이 없지만, 의외로 친분이 있는 사이다.

이숭용 감독은 "제가 그 친구, 아니 손 감독을 선수 때부터 참 좋아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선수라 다른 팀이어도 정이 가서 몇 번 밥도 같이 먹고 잘 지냈다. 그 친구가 2군 감독이라는 게 너무 좋다. 다정하지만 강단이 있고, 소신있는 발언을 하는 손 감독이다.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돌아오면 바로 만나기로 했다. 손 감독의 의견을 많이 묻고 선수들에 대해서도 함께 파악해나가려고 한다. 2군 감독의 의견에도 귀를 많이 열겠다. 선수를 추천하는게 쉽지 않은데, 2군에서 추천해주면 적극적으로 쓰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통합 우승 그리고 1년 사이 많은 일을 겪으며 감독 교체라는 결단을 내린 SSG 랜더스. 이숭용이 보여주는 랜더스 야구는 어떤 모습일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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