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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제자의 극장포, 사령탑은 눈물 글썽…LG 21년 만의 KS 승리, 잠실이 미쳤다[잠실 히어로]

박상경 기자

입력 2023-11-08 21:39

수정 2023-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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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제자의 극장포, 사령탑은 눈물 글썽…LG 21년 만의 KS 승리, 잠실…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KT와 LG의 경기, 8회말 1사 2루 LG 박동원이 역전 2점홈런을 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1.08/

[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거대한 소리의 물결. 데시벨이 달랐다. 지금까지 야구장에서 들을 수 없었던 비현실적 함성이 잠실벌을 수놓았다.



박동원이 LG 트윈스를 구했다. 팀이 3-4로 뒤지던 8회말 1사 2루에서 좌월 역전 투런포를 터뜨리면서 LG의 5대4 승리를 이끌었다. 믿었던 선발 투수의 부진 속에 불펜 총동원령을 내리는 배수의 진을 친 LG의 뚝심은 2023 KBO리그 한국시리즈의 균형을 기어이 1승1패로 맞췄다.

8일 잠실구장. 하루 전 1차전과 마찬가지로 관중석은 온통 LG로 물들었다. 검붉은 유광점퍼와 노란색 머플러를 든 LG 팬들이 1루 뿐만 아니라 원정석인 3루 관중석까지 채웠다. 그러나 믿었던 선발 투수 최원태가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2실점 했고, 급히 마운드에 오른 이정용마저 승계주자를 막지 못하면서 시작부터 4점 차가 됐다.

역대 40차례 한국시리즈에서 1~2차전을 모두 내주고 리버스스윕을 달성한 팀은 단 2팀 뿐. 2차전까지 내줄 경우 우승 확률은 단 10% 뿐이었다.

LG 염경엽 감독에겐 달리 방도가 없었다. '필승조' 정우영을 3회초에 투입하는 극한의 승부수를 띄웠다. 이후에도 김진성 백승현 유영찬 함덕주까지 LG가 자랑하는 불펜 요원이 모조리 투입됐다. TV중계에 나선 정민철 해설위원은 "선발이 일찍 무너진 상황에서 LG가 자랑하는 불펜의 힘으로 더 이상의 실점을 막고 추격하고자 하는 게 염 감독의 구상"이라고 분석했다.

폭풍 같던 KT 타선은 푹 쉬고 나온 LG 불펜의 힘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 사이 LG는 3회말 오스틴의 적시타, 6회말 오지환의 솔로포, 7회말 김현수의 적시타를 보태며 차근차근 1점씩 따라 붙어 KT의 턱밑까지 도달했다.

운명의 8회. KT는 7회말 2사후 등판한 박영현을 그대로 마운드에 올렸다. 1차전 9회말 등판해 LG 타선을 얼어붙게 만들었던 박영현. 하지만 플레이오프부터 쉼 없이 달려온 국가대표 출신 청년 투수도 사람이었다. 힘이 떨어진 모양새. 홈런을 쳤던 선두 타자 오지환에 직구 승부를 피하면서 볼넷을 내줬다. 분위기가 달궈졌다. LG 벤치는 문보경에 번트를 지시했고 성공했다. 1사 2루.

이어 타석에 들어선 박동원. 박영현이 뿌린 초구 124㎞ 체인지업이 한가운데로 몰리자 있는 힘껏 방망이를 돌렸다. 좌측으로 높게 뜬 타구는 누가 봐도 홈런을 직감할 수 있었다. 2만3750명의 관중이 일제히 기립한 가운데, 커다란 함성의 구름이 잠실벌 밤 하늘을 뒤덮었다. 5-4를 만드는 극적인 역전 투런포.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것을 바라보던 박동원은 홈런이 확인되자 방망이를 그라운드에 내동댕이 쳤다. 덕아웃, 관중석 모두 광란에 휩싸이는 순간.

전날 뜻밖의 1차전 패배로 마음고생을 한 염경엽 감독도 넥센 시절부터 아껴온 애제자의 한방에 뜨거운 것이 올라온 듯 상기된 얼굴에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

믿었던 에이스 켈리와 필승조를 투입하고도 패했던 1차전, 생각지도 못한 선발 투수 붕괴로 벼랑 끝 전술을 펼친 이날 경기가 밤새, 그리고 2차전 8회초까지 얼마나 큰 중압감을 안겼는지 미뤄 짐작케 할 만한 장면이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KIA 타이거즈에서 FA자격을 취득해 65억원에 영입한 박동원은 LG의 안방 불안을 해결해 줄 재목으로 꼽혔다. 히어로즈 시절 찰떡궁합을 자랑했던 염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도중 벤치의 감독 의자를 박동원에 양보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과 신뢰를 보였다. 절체절명의 순간, 박동원은 LG에 21년 만의 한국시리즈 승리를 안기는 역전포로 화답했다. 2차전을 넘어 시리즈 향방을 단숨에 바꾼 한방. 65억원, 돈 값을 이 한방으로 다했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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