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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백업→방출→30세 입단테스트→최저연봉…이젠 롯데에 없어선 안될 키다

박상경 기자

입력 2023-06-23 23:09

수정 2023-06-2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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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백업→방출→30세 입단테스트→최저연봉…이젠 롯데에 없어선 안될 키다
2023 KBO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1사 1,3루 롯데 박승욱이 역전 적시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6.23/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어느덧 프로 12년차, 하지만 가슴 펴고 웃어본 날이 없었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박승욱(31)이 그랬다. 대구상원고를 졸업하고 2012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부푼 꿈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입단 첫해 1군 고작 1경기 출전에 그쳤고, 이듬해에도 15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소집해제돼 복귀했으나,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다. 퓨처스(2군)에서 맹타를 휘두르다 1군 무대에선 침묵하기 일쑤였다.

박승욱은 2019년 5월 20일 2대2 트레이드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좌타 내야 백업이 필요했던 KT의 니즈가 컸다. 그해 박승욱은 101경기에서 223타석을 소화, 프로 입단 후 가장 긴 시간을 1군에서 보냈다. 2020시즌에도 KT 내야 백업롤을 맡으면서 팀의 사상 첫 가을야구행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KT가 신본기 오윤석을 영입하며 내야 뎁스를 강화하면서 박승욱의 설 자리도 좁아졌다. 2021시즌 1군 8경기 출전에 그친 박승욱은 그해 10월 웨이버 공시되면서 선수 인생 최대 위기에 맞닥뜨리게 됐다.

포기하지 않았다. 웨이버 공시 한 달 뒤 입단 테스트를 거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조건은 KBO리그 최저 연봉. 어느덧 30세가 된 박승욱이었지만, KBO리그에서 야구를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 만으로도 벅찰 만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보단 우려가 많았다. 프로 데뷔 후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한 30대 내야수가 과연 팀에 보탬이 될 지에 대한 물음표가 뒤따랐다.

2022시즌을 앞두고 펼쳐진 시범경기에서 박승욱은 놀라운 타격감을 선보이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개막 후 방망이가 식으면서 부진이 계속됐고, 개막 한 달 만에 무릎 부상까지 겹치면서 4주 진단을 받는 악재까지 겹쳤다. 그렇게 앞선 두 팀에서처럼 존재감은 희미해지는 듯 했다.

재활을 마치고 복귀한 박승욱은 내야 전전후 백업 역할을 소화했다. 딕슨 마차도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됐던 유격수 이학주의 부진 속에 박승욱이 주전으로 나서는 날짜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박승욱은 묵묵히 제 몫을 소화하면서 내야 한 자리를 지켰다. 결국 266% 인상된 연봉 8000만원에 2023시즌 재계약 성공.

롯데가 올 시즌을 앞두고 FA 노진혁을 영입하면서 박승욱의 입지는 다시 흔들리는 듯 했다. 하지만 박승욱은 내야 전천후 유틸리티 역할을 맡으면서 힘을 보탰다. 2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선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로 역전 결승 2루타를 만들어내면서 승패마진 +10에서 0으로 바뀔 위기에 처했던 팀을 구해내는데 성공했다.

여전히 박승욱은 '풀타임 주전'은 아니다. 부상 중인 노진혁이 복귀하면 박승욱은 다시 내야 유틸리티 역할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팀이 필요로 할 때마다 최선을 다했던 그였기에 기대감은 그대로 이어질 만하다. 롯데 벤치 입장에서도 포수를 제외한 내야 어떤 자리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반등을 노리는 롯데에게 박승욱은 이제 없어선 안될 키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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