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한동희. 대전=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5.17/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차세대 이대호'라는 호칭에 주눅들지 않았다. 3루라는 포지션 부담도 생각보다 잘 이겨냈다.
하지만 결정적인 '스텝업'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5일 한동희를 1군에서 말소했다. 올시즌 첫 1군 말소다.
올시즌 한동희의 성적은 타율 2할3푼5리(153타수 36안타) 2홈런 20타점, OPS(출루율+장타율)가 0.604에 불과하다.
타격 부진 탈출을 향한 한동희의 의지는 강했다. 홈팀의 훈련은 일반적으로 경기 시작 전 3시간 30분전에 시작된다. 날씨가 더울 때는 실내 훈련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4일 경기는 지상파 중계로 인해 낮 2시 경기가 치러졌다. 김종국 KIA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율 훈련을 지시했다.
하지만 그는 최고기온 30도에 육박하는 불볕 더위 속에도 3일 내내 경기 시작 4시간반 전에 그라운드로 나섰다. 1군 매니저와 박흥식 타격코치 등 배팅볼 투수들의 공을 치고, 이태연 장세진 김태석 등 팀내 좌완 투수들의 라이브 피칭에도 타격 연습을 이어갔다.
효험이 있는듯 했다. 2일에는 올시즌 첫 3안타 경기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한동희 스스로도 "요즘 연습량을 많이 가져갔더니 타격감이 괜찮아졌다. 수비에서도 (노)진혁이 형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3일에는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 도중 승부처에 롯데 벤치는 한동희의 타석에 대타 고승민을 기용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4일 경기에도 선발출전했지만,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결국 롯데 구단은 한동희에게 2군에서 휴식을 주기로 했다.
한동희는 시즌 전 허리와 엉덩이의 회전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발사각을 높여 장타력을 끌어올리는 타격폼을 장착했다. 타구 속도만큼은 리그 1,2위를 다투면서도 발사각이 낮아 홈런 개수가 적다는 자체 분석에 따른 훈련이었다.
한동희는 2020년 주전 3루수를 꿰찬 이래 3시즌 동안 17-17-14홈런을 기록했다. 타율은 3할, OPS는 0.8 이상까지 끌어올렸지만 홈런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홈인 사직구장의 담장이 국내 최대 높이인 6m인 점도 고려했다.
변신은 실패로 돌아갔다. 한동희는 4월 한달간 타율 1할6푼9리로 극악의 부진을 보였고, 결국 4월말 원래의 타격폼으로 복귀했다. 5월부터는 장타보다는 우선 타격감을 회복하는데 집중했다. 타율 2할7푼8리, OPS 0.654로 흐름을 바꾸긴 했지만, 그를 향한 기대치에는 크게 모자랐다.
이제 한동희는 갈림길에 섰다. 레전드 이대호의 길을 따르는 것도 방법이다. "홈런을 노리고 치지 않는다"는 게 이대호가 입버릇처럼 해온 말이다. 최대한 공을 배트 중심에 맞추는데 집중해서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다보면 홈런도 나온다는 것. 힘과 유연성을 두루 갖춘 이대호다운 방법이다.
이대호가 '거포' 이미지와는 달리 박병호나 이승엽과는 궤가 다른 타자였음도 분명하다. 올해 부진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보면, 결국 한동희의 변신은 홈런을 치고자 했던 것. 한동희가 홈런타자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언젠가 해야될 일이었음은 분명하다. 올한해 FA과 연장계약, 방출선수 영입 등 폭발적인 투자를 통해 '윈나우'를 선언한 롯데 구단 입장에서도 한동희가 홈런타자로 커주는 쪽이 좋다.
'왜 하필 지금이었나'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올해 한동희는 항저우아시안게임을 노려야하는 입장이었다. 지난해처럼 3할 20홈런 정도만 기록했어도 한동희의 항저우행은 유력하다는 시선이 많았다. 롯데 구단으로선 그 이상, 더 먼 미래를 바라본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아시안게임의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