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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월드컵 총상금의 3.3%, 연봉 3000만달러 선수 17명 중 6명만 출전, WBC가 세계 최고 대회 맞나

민창기 기자

입력 2023-02-23 12:32

수정 2023-02-2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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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월드컵 총상금의 3.3%, 연봉 3000만달러 선수 17명 중 6명만…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중인 박병호. 투산(미국 애리조나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메이저리그가 주도해 2006년 출범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분명히 세계 최고 수준의 '야구'대회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축구월드컵의 '야구 버전'이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뛰는 메이저리그의 주축선수가 출전하는 유일한 국가대항전이다. 2017년 4회 대회를 치른 후 6년 만에 열린다.



미국을 포함한 북중미와 카리브해,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 벗어나, 야구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시작됐다. 종목의 특성상 선수 구성이 어려운 국가를 고려해 국적의 문턱을 낮췄다. 부모 혈통에 따라 대표팀을 선택할 수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계 미국인 내야수 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이 한국대표팀, 일본계 미국인 외야수 라스 눗바(26·세인트루이스)가 일본대표팀에 합류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따르면, 20개 참가국의 출전 선수 중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이 67명, MVP 수상자가 8명이다. 30개 구단의 40인 로스터 등록 선수가 총 186명이다. 어찌됐든 메이저리그 구단의 주요 선수가 국가를 대표해 나간다.

인구 1000만명이 조금 넘는 카리브해의 소국 도미니카공화국이 '야구 종주국' 미국과 대등하게 우승 경쟁이 가능한 대회다.

그런데 선수 면면을 들여다보면,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어색해 진다.

올해 연봉 3000만달러(약 391억원)가 넘는 메이저리그 선수 17명 중 참가자가 6명 뿐이다. 마이크 트라웃(32·LA 에인절스·3716만달러)과 놀란 아레나도(32·세인트루이스·3500만달러)가 미국, 프란시스코 린도어(30·뉴욕 메츠·3410만달러)가 푸에르토리코, 미겔 카브레라(40·디트로이트·3200만달러)가 베네수엘라, 매니 마차도(31·샌디에이고·3200만달러)가 도미니카공화국,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3000만달러)가 일본대표로 출전한다.

맥스 슈어저(39·뉴욕 메츠·4333만달러), 저스틴 벌랜더(40·휴스턴·4333만달러), 애런 저지(31·뉴욕 양키스·4000만달러), 앤서니 렌던(33·LA 에인절스·3857만달러) 등 연봉 1~4위가 이런저런 이유로 불참했다. 나머지 선수들도 특별한 부상이 없는데도 빠졌다.

축구로 치면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뛸 수 있는데 월드컵에 불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대표팀의 '주장' 트라웃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선수도 있지만, 시즌 개막 직전에 열리는 WBC에 무관심한 선수가 많다. 이른 실전경기 출전에 부상 위험이 따르고, 선수 개인적으로 보면 소속팀에서 시즌을 준비하는 게 낫다. 한국, 일본처럼 WBC에 총력을 쏟는 국가는 없다.

이번 대회 총 상금은 1440만달러(약 188억원)다. 우승팀에 상금 100만달러(13억원)가 돌아간다. 조별리그 출전 상금과 8강, 준결승, 결승 진출 상금은 따로 지급된다. 1라운드 조별리그에서 1위를 하고 우승까지 하면 최대 300만달러(약 39억원)가 된다.

총상금이 메이저리그 구단의 주전급 선수 1명 연봉이 안 된다.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첫해 연봉 상한액이 100만달러다.

'세계 최고 대회'라고 부르기엔 초라한 상금 규모다.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지난달 열린 호주오픈에서 우승해 상금 297만5000호주달러(약 26억5000만원)를 받았다. 이 대회 총 상금이 7650만호주달러(680억5000만원), WBC보다 세배 이상 많았다.

지난 주말에 끝난 남자골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 총상금은 2000만달러(260억5000만원)였다. 2타차로 샴페인을 터트린 존 람(29·스페인)이 우승 상금 360만달러(약 47억원)를 받았다. 타이거 우즈가 참가해 관심이 뜨거웠던 대회다.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 축구월드컵과는 비교가 민망하다.

32개국이 출전한 2022년 카타르월드컵. 총상금이 4년 전 러시아월드컵보다 4000만달러(약 521억원)가 증가한 4억4000만달러(약 5732억원)였다.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꺾고 우승한 아르헨티나가 상금 4200만달러(약 547억원)를 가져갔다. 준우승팀 프랑스는 3000만달러(약 391억원)를 챙겼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팀도 900만달러(117억원)를 받았다.

WBC 총상금이 축구월드컵 총 상금의 3.3% 수준이다.

축구월드컵 수입의 대부분은 TV 중계권료, 기업후원금, 입장수입에서 나온다. 축구가 야구보다 저변, 주목도가 월등히 앞서다 보니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FIFA 홈페이지 남자축구 랭킹을 보면 1위 브라질부터 211위 산마리노까지 나와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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