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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광현-양현종이냐고? 김광현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나유리 기자

입력 2022-12-07 10:38

수정 2022-12-07 16:00

'또' 김광현-양현종이냐고? 김광현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2019년 프리미어12 대회에 참가한 김광현.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제는 저보다 후배들이 한 경기라도 더 던져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솔직하게 들어요."



내년 3월에 열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앞두고, 야구 대표팀에 대한 관심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최종 30인 엔트리는 2월초 공개되지만, 이번 대표팀에서도 김광현(SSG)과 양현종(KIA)은 투수진의 핵심이 될 예정이다. 아직 안우진(키움)의 승선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구창모(NC) 소형준(KT) 같은 젊은 투수들이 있지만 그래도 김광현과 양현종이 중심에 서게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국가대표를 책임질 투수가 김광현, 양현종 이후에 나타나지 않고있다는 것은 KBO리그의 '아킬레스 건'이다. 재능 많고 좋은 자원들은 많이 있었고, 지금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형 유망주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고, 국제 대회에서의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최근 국제 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 역시 '에이스'급 투수진의 부재를 꼽는 전문가들이 대다수다.

그러다보니 이번 WBC도 '또' 광현, '또' 현종이라는 웃지 못할 표현까지 나온다. 이 선수들을 비하하는 표현이 절대 아니다. 리그 최고의 투수들이고, 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있는 선수들이다. 다만 1988년생인 김광현과 양현종의 나이는 올해 만 34세다. 이제 30대 중반에 들어선 나이인데, 여전히 이들이 리그에서도, 국가대표에서도 '에이스'라는 사실이 마냥 달갑지는 않을 수밖에 없다.

당사자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김광현은 지난달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대표팀 참가와 관련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김광현은 내년 WBC 참가 가능성에 대해 묻자 "뽑아주시면 감사하다"면서 "국가의 부름이면 언제든지 나가서 우리나라를 위해서 뛰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것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거다. 국제 대회에 나가서 공 한번 던지는 게, 정말 시즌에 10경기 이상 던지는 것처럼 경험이 쌓인다. 그래서 늘 '뽑아주셔서 감사하다, 언제든지 나가겠습니다'라고 이야기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고 더했다. 김광현은 "이제 내가 나가서 대표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후배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나는 국제 대회에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은 다 했다. 물론 내가 아직 경쟁력이 있고, 실력이 있어서 뽑아주시는 것은 정말 감사하다. 안나가겠다는 게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나 말고 후배들이 좀 더 많이 대표팀에 와서 한 경기라도 더 던지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든다. 앞으로 KBO리그가 야구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험을 쌓아서 선수들이 실력을 올릴 수 있다. 저도 국제 대회를 통해서 경험을 쌓지 않았나. 좋은 성적이 나면 한국 야구가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팬들이 느끼는 생각을 선수들 역시 똑같이 하고 있다. 김광현은 "마음이 아프다.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난 20살때부터 지금까지 국가대표를 하고 있다. '김광현 아직도 국가대표냐'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좋지는 않다"면서 "(첫 성인 대표팀이었던)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나갔을때 그때 최고참이었던 이승엽, 진갑용, 박진만 이런 선배들이 지금의 내 나이 또래였다. 나나 류현진 윤석민 강민호 이용규 이런 선배들이 다 20대 초중반이었다"며 좋은 후배들이 빠른 시일 내에 성장해 대표팀에서 실력으로 밀어내주기를 기원했다.

그러면서 내심 내년 WBC에 대한 욕심과 의지는 숨기지 않았다. 김광현은 "제가 대표팀 운이 좋기는 하다. 그동안 제가 나갔던 국제 대회들은 최소 결승을 가서, 2위 이상을 했었다"면서 "WBC에 가게 되면 '행운의 부적'으로 가겠다"며 웃었다. 김광현의 바람대로 이번 WBC가 야구 인기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야구계 모든 구성원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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