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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투수 교체에 "안된다" 가로막은 백업 포수, 감독 '엄지 척' 이유는[대전 토크]

박상경 기자

입력 2022-07-05 19:14

수정 2022-07-06 05:27

선발 투수 교체에 "안된다" 가로막은 백업 포수, 감독 '엄지 척' 이유…
◇한화 박상언.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너무 좋았다."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백업 포수 박상언(25)에 대해 언급하다 갑자기 활짝 웃었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달 26일 대전 삼성전에서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박상언의 자세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좋았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박상언은 당시 선발 투수 남지민(21)과 호흡을 맞췄다. 남지민은 3회초 3실점에 이어 4회초에는 볼넷과 안타 뒤 견제 실책으로 무사 2, 3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세 타자를 잘 처리하면서 추가 실점을 막은 가운데, 수베로 감독은 경기 전부터 염두에 뒀던 불펜 조기 가동을 위해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남지민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넸다. 교체의 의미.

이 상황에서 박상언은 수베로 감독을 가로 막았다. 그는 "지금 교체하면 안된다, 한 이닝 더 맡기게 해달라"고 말했다. 젊은 선수, 그것도 1군 입지가 아직은 불안한 백업 포수 입장에서 쉽게 꺼내기 어려운 말이다.

수베로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박상언에게 이유를 물으니 '위기를 잘 막았는데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 구위도 나쁘지 않다. 한 이닝 더 기회를 달라'고 말하더라"며 "부임 2년째가 되면서 나도 한국 문화를 어느 정도 알게 됐다. 저연차 선수가 코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다른 환경이었다면 그런 자세가 선수 성장 과정에서 간과되는 면도 있었을 수도 있다. 박상언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밝히는 자세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경기 후에도 박상언을 감독실로 불러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16년 2차 8라운드로 한화에 입단한 박상언은 이듬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일찌감치 군 문제를 해결한 뒤 줄곧 백업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올 시즌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군 타석(59회)에 출전하는 등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 주전 포수 최재훈(33)의 뒤를 받쳐줄 선수가 절실한 한화에게 박상언의 성장은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수베로 감독은 "하루하루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배우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투수 리드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한다"고 엄지를 세웠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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