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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서 빛난 3년차 좌완 역투, LG 8경기 만에 웃었다[대전 리포트]

박상경 기자

입력 2021-10-26 21:15

수정 2021-10-26 23:33

절체절명서 빛난 3년차 좌완 역투, LG 8경기 만에 웃었다
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KBO리그 LG와 한화 경기. 선발투수 임준형이 투구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1.10.26/

[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가을야구행은 일찌감치 확정됐다.



하지만 LG 트윈스는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KT 위즈, 삼성 라이온즈와의 선두 경쟁 속에 막판 역전극을 노렸지만, 최근 7경기서 4무3패에 그치면서 추격 동력을 잃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치르는 마지막 한 주, 최선을 다해 승수를 쌓은 뒤 남은 팀 결과를 지켜보는 것 외엔 방도가 없다. 그전에 무승 흐름을 끊는 게 우선이었다.

위기의 순간 마운드에 선 3년차 좌완 임준형(21)의 역투는 인상적이었다. 임준형은 이날 1군 데뷔 후 최다인 6이닝을 홀로 책임지면서 3안타 1볼넷(1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2019년 2차 8라운드로 LG 유니폼을 입고 올해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선 임준형은 4번째 선발 등판에서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차잭점 이하) 투구에 성공했다.

첫 이닝에선 운이 따랐다. 1회말 선두 타자 정은원에게 우전 안타를 내준 임준형은 노수광을 볼넷 출루시켜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하주석의 유격수 뜬공 때 정은원이 미처 타구를 확인하지 못했고, LG 야수진이 더블플레이에 성공하면서 아웃카운트 두 개를 벌었다.

이후 임준형은 큰 위기 없이 한화 타선을 처리했다. 3회말 2사후 정은원에 사구, 노수광에 중전 안타를 내줬으나 하주석을 땅볼로 잡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5, 6회엔 잇달아 삼자 범퇴 이닝을 만들면서 LG 벤치를 미소짓게 했다.

임준형은 지난 9월 앤드류 수아레즈의 부상 때 1군에 콜업돼 불펜에서 호투했다. 퓨처스(2군)에서 꾸준히 선발 수업을 받으면서 가다듬은 제구, 커맨드를 증명했다. 멕시코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청소년 대표팀 합류 당시 류지현 감독이 아쉬움을 토로했을 정도. 이달 초 복귀 후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임준형은 21일 키움전에서 2이닝 4실점으로 흔들리기도 했으나, 5일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한화전에서 완벽한 투구를 펼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임준형의 역투 속에 LG는 한화를 4대0으로 제압하며 지긋지긋한 무승에서 탈출했다. 지옥의 9연전 일정을 소화하면서 마운드 체력 소모가 극에 달한 시점, 임준형이 6이닝을 책임지면서 부담도 크게 덜었다. LG와 류 감독, 임준형 모두 웃은 날이었다.

임준형은 경기 후 "전 경기에서 제구 쪽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신경을 썼다. 다소 아쉬운 감이 있었고, 그 생각을 계속 갖고 마운드에 서다 보니 긴장감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1회 더블플레이가 나온 뒤 긴장감이 다소 풀렸다. (이)성우형이 '가운데로 던지라'고 주문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임준형은 올 시즌 등판을 마감했다. 그는 "한 번은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더 긴장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초반에 기회를 받았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올해도 퓨처스(2군)에서 시즌을 보낼 것으로 생각했는데, 코치님들이 아들 같이 지도해주셨다"고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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