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야구를 넘어 문화 코드로, MZ세대에 스며든 '독수리'[대전 현장스케치]

박상경 기자

입력 2021-08-18 21:47

수정 2021-08-19 06:00

more
야구를 넘어 문화 코드로, MZ세대에 스며든 '독수리'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8일 대전 소제동 카페거리.



평일 낮시간 한적한 구도심에 적잖은 발걸음이 이어졌다. 일제 시대 철도관사청으로 쓰였다 최근 대전시와 청년 사업가들이 구도심 활성화와 상생 코드로 자리 잡은 소제동은 '셀카 명당'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구도심의 정취가 담긴 이곳에서 '힙스터'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내 마스크 착용 등 '슬기로운 방역 생활' 속에 정취를 만끽했다.

낭만을 가득 잠은 이 골목엔 유독 친숙한 붉은색 테두리 간판과 태양 속에 비상하는 독수리 문양, 구수한 문체의 '독수리'라는 글귀가 곳곳에 눈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소제동 카페-사진관-미술관 등과 협업을 시작한 대전 연고팀 한화 이글스가 런칭한 새 브랜드 '독수리'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기존 올드팬에겐 1999년 유일무이한 우승의 역사를 담은 한화를 단숨에 떠올릴 만했다. 하지만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팬이나 일반 시민들에겐 설명이 없다면 그저 특이한 입간판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다. 협업을 진행 중인 가게 내부에도 '한화 이글스'를 굳이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독수리 브랜드 협업 상품,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독수리군단 레전드들의 사진과 우승 당시 신문기사 스크랩 등을 전시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독수리'는 한화 이글스의 유산을 담은 브랜드다. (1999년 우승)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닌, 그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이들과도 소통하기 위한 시도"라고 밝혔다. 낙후된 이미지가 강했던 소제동에 체험 공간에 만든 이유를 두고는 "오랜 역사와 새로운 문화가 결합해 신선함을 만들어내고 있는 소제동은 MZ세대에 가까이 다가감은 물론 원도심 활성화 및 지역 상생이라는 지역 구단의 책임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 반응도 긍정적이다. 독수리 팝업스토어와 인스타 사진 인화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관사16호'를 찾은 한 시민은 "한화가 대전 연고팀인 것은 알고 있지만, 야구에 크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독수리'라는 문구가 흥미로워 찾아봤는데 우승 시절을 알고 나니 흥미롭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독수리 브랜드 협업에 참가 중인 신현섭씨(26)는 "소제동, 독수리 등 SNS를 통해 해시태그 등을 통해 독수리 브랜드가 확산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팝업스토어나 카페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협업에 참여하고 있는 두충나무집(소제동 사진관)을 운영 중인 김다진씨(30)는 "이전에 알음알음 찾으시던 분들이 독수리 브랜드 협업 뒤 꽤 많이 늘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프로야구가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은 뒤 10개 구단 모두 갖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로 팬심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대부분 '야구'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고, 한계점도 뚜렷했다. 이런 가운데 '야구'라는 코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구단의 역사와 구도심의 역사성, 레트로 감성을 다양하게 섞어 진행하는 한화의 이색 마케팅은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