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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플레이어]"원정이라 더 뭉클했다" 폭풍질주 청년에이스를 전율케 한 감동의 순간

정현석 기자

입력 2021-05-1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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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이라 더 뭉클했다" 폭풍질주 청년에이스를 전율케 한 감동의 순간
2021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7회말 수비를 무실점으로 마친 삼성 원태인이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5.13/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S1.

"그래서 어제 이기길 바랬죠."(웃음)

지난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6차전을 앞둔 KT 이강철 감독.

이날 상대해야 할 삼성 선발 원태인 이야기가 나오자 농담을 던진다. 그러면서 "모든 구종을 완벽하게 던진다"며 칭찬한다. 그만큼 이제는 9개 구단 어느 팀에나 힘든 상대가 된 3년차, 원태인이다.

이 감독은 "상대 선발이 좋으면 최소실점으로 우리 선발이 막아주면 후반 승부를 걸어볼 것"이라고 했지만 원태인은 7이닝이나 소화하며 '제로맨' 우규민에게 바통을 바로 넘겼다.

#S2.

1-0으로 앞선 7회말 2사 1,2루.

최고 투수 원태인이 최고 타자 강백호를 다시 만났다. 승부처에서 만난 이날 4번째 맞대결.

1B1S에서 126㎞ 바깥쪽 체인지업에 배트가 나왔다. 높게 솟구쳐 오른 공. 좌익수 송준석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다. 맞는 순간, 강백호는 배트를 땅에 내리 치며 분노에 찬 소리를 질렀다. 원태인은 깜짝 놀랐다.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주먹을 불끈 쥐며 격한 기쁨을 표했다. "형한테 미안하긴 했는데 그래도 제 거는 해야 했거든요."

올시즌 최다 투구수인 106구 역투. 마운드를 내려오는 원태인을 향해 수원구장 3루쪽 관중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몇 단계를 뛰어 듬직한 에이스로 성장한 청년 투수를 향한 경의의 표현이었다. 뭉클한 순간이었다.

전날 4방의 홈런을 무섭게 몰아쳤던 KT 위즈 강타선도 속수무책이었다.

7이닝 무실점 역투로 파죽의 6연속 퀄리티스타트 속 6연승. 다승(6승)과 평균자책점 1위(1.00)를 굳게 지켰다.

올 시즌 전까지 최다였던 8탈삼진을 쉽게 기록한다. 두 자리수 K가 아니면 크게 주목하지 않을 정도로 힘이 넘친다.

청년 에이스 덕에 삼성은 첫 수원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며 지난해까지 최근 2년간 수원 원정 3승13패 악몽을 떨쳐냈다.

원태인은 "수원에서 팀 성적이 계속 안 좋고 위닝도 없는 거 같아서 더 집중했다. KT 타선이 상승세인 것 같아 시험대라 생각하고 집중해 이기고 싶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며 책임감을 이야기 했다. 그는 "7이닝을 마친 뒤 덕아웃에서 정현욱 코치님께서 정말 많이 늘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평소 칭찬 잘 안해주시는 분인데"라며 싱긋 웃었다.

허삼영 감독도 경기 후 "태인이가 주자를 적지 않게 내보냈지만 차분하게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면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원태인이 지배했던 경기.

주무기 체인지업이 위력적이었다. 패스트볼과 구분히 힘든 주무기에 KT 타자들이 타이밍 맞히는 데 애를 먹었다. 원태인은 "직전 경기에 체인지업을 거의 안써서 오늘 KT 타자들이 분석하고 나왔을 것 같았다"며 영리했던 투구 패턴 변화를 설명했다.

7회 2사 후 연속 안타로 1,2루에 몰렸다. 타석에는 최고 타자 선배 강백호. 이날 승부의 하이라이트였다. 원태인은 물러서지 않았다. 3구째 체인지업으로 좌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강백호는 배트를 땅에 내리 쳤고, 원태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리딩히터 강백호는 이날 고비마다 1년 후배 원태인에 막혀 6경기 만에 무안타 경기에 그쳤다. 3타수 무안타 1볼넷 완패.

강백호를 압도한 원태인은 "어제 그제 경기장에서 만나 커피도 얻어먹고, 좀 봐달라고 했었다"며 "투스트라이크 이후 직구 타이밍을 가져가는 거 같아서 체인지업을 바꾼게 주효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올 시즌 최다인 106구 역투. 늠름하게 임무를 다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원태인을 향해 수원구장 3루쪽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단숨에 몇 단계 생략하며 듬직한 에이스로 폭풍 성장한 청년 투수를 향한 경의의 표현이었다.

모자를 벗은 원태인은 "예상하지 못했던 기립박수였다. 원정에서 받아서 더 뿌듯했던 것 같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뭉클해 했다. 야구인생에 오랫동안 '모멘트'로 남을 만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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