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13일 오후 투수 정현욱과 포수 권기영에 대해 KBO에 선수자격정지를 요청했다. 투수 정현욱은 2019년 신인으로 입단한 고졸 신예다. 아직 1군에 데뷔하지는 못했지만, 구속도 빠르고 성실하게 훈련을 소화하는 선수라 장차 1군에서도 기회를 받을 자원으로 평가 받아왔다. 포수 권기영은 지난해 이흥련, 이승진을 중심으로 한 두산과 SK 와이번스의 트레이드 당시 이적해 온 젊은 포수였다. 두 선수 다 1999년생. 사회를 기준으로 하면 이제 갓 성인이 된 20대 초반의 선수들이다. 정현욱은 개인 채무 문제를 구단이 자체 조사를 하던 도중 스포츠 토토를 한 사실을 인정했고, 권기영은 이후 선수단 전수 조사에서 스포츠토토는 아니지만 불법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 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프로 선수 뿐만 아니라 감독, 코치, 심판위원 등이 불법이 아닌 정식 스포츠 토토 베팅을 해도 규정 위반이다.
두산의 대처는 빨랐고, 야구계의 평가는 냉정하다. 물론 두산 구단이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해당 내용을 신고한 만큼, 보다 자세한 조사가 이뤄진 후 최종 징계가 확정되겠지만 선수들이 인정했고, 특히 정현욱의 경우 채무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더더욱 징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KBO는 불법 도박 연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미 과거에 여러 선수들이 해외 원정 도박과 연관되며 홍역을 치렀고, 이름이 제법 알려진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토토와 연계된 승부 조작에 연루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기도 했다. '페어플레이'를 가장 중요시하는 프로스포츠에서 선수들의 계속되는 일탈은 징계 수위를 더욱 구체적이고 무겁게 만드는 효과를 불러왔다.
앞으로 더 자세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이런 일에 엮여있다는 자체로도 충격이 크다. 이와는 별개로 선수들에 대한 교육과 예방 방지는 아마추어 시절, 즉 학생때부터 이뤄져야 한다. 이미 스포츠 토토를 비롯한 각종 크고 작은 사행성 도박들은 깊이 침투해 있다. 특히 10대~20대 초반의 청소년, 청년 층을 중심으로 스포츠 토토는 대단한 관심의 대상이다. 몇 천원에서 몇 만원의 적은 규모 베팅은 웃으며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는 수준이고, 10대들이 토토로 인해 불어난 수 천만원, 억대의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교내에서 학생들끼리 토토를 위한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쳐서 갚는 행위까지 이뤄진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모든 청소년들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사례지만 사회성에 눈을 뜨는 10대 초반부터 사실상 도박에 대한 관심이 형성된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