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플렉센은 23일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플렉센은 앞서 열린 2차전에서도 선발 투수로 6이닝 1실점을 기록했었다. 시리즈 전적 2승2패 동률을 기록한 두산은 5차전 선발로 플렉센을 먼저 택했다. 순서대로라면 1차전 선발이었던 라울 알칸타라가 등판해야 맞지만, 현재까지의 쌓인 피로도와 최근 페이스를 감안해 휴식일을 하루 더 주기로 했다. 결국 4일 쉰 플렉센이 무거운 임무를 어깨에 짊어지고 마운드에 올랐다.
힘이 다소 떨어진 상황이었지만 플렉센은 초반 아웃카운트를 빠르게 잡았다. NC 타자들은 3회까지 플렉센을 상대로 안타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4회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플렉센은 위기를 잘 넘겼다. 하지만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오래 버티기는 힘들었다. 두산 타자들이 1~3회 선취 득점 찬스를 모두 무산시키면서 플렉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타순이 한바퀴 돈 이후에 볼 배합 승부에서 NC 타자들의 모험이 통했다. 플렉센은 5회 제구 난조 이후 애런 알테어에게 적시타를 내줬고, 6회에는 양의지에게 결정적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플렉센은 경기를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본인이 6회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6이닝 108구 5안타(1홈런) 5탈삼진 1볼넷 3실점을 기록하고 물러났다. 두산은 계속된 타선 침묵 속에 0대5로 완패를 당했다. 패전 투수는 플렉센이었다.
약 2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플렉센이다. 7월 중순 골절 부상을 당했던 그는 2개월간 재활에 매달렸고, 9월부터 다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부상 이후 플렉센은 다른 투수로 돌아왔다. 체력을 충전한 것이 오히려 막판 스퍼트에 도움이 됐다. 다른 선수들이 지쳐있는 시점에 플렉센의 구위는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상대 타자들이 어떤 공을 던질지 알면서도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강력한 공을 뿌렸다. 두산이 정규 시즌 3위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원동력이 바로 플렉센이었다. 그는 부상 복귀 이후 77일간 총 1314구의 공을 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