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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14년전 이종범처럼' 키움 이정후의 '부전자전' 자유형 슬라이딩

김영록 기자

입력 2020-08-1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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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전 이종범처럼' 키움 이정후의 '부전자전' 자유형 슬라이딩
2006 준플레이오프 한화 전에서 한상훈의 태그를 피해 세이프되는 이종범. 스포츠조선DB

[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란 말이 이렇게 딱 맞을 수가 있을까.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절묘한 슬라이딩으로 '부전자전'을 입증했다.



1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7차전 3회말이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한화 선발 워윅 서폴드의 4구를 받아쳐 우익수 옆쪽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냈다.

이정후가 발이 빠르긴 하지만, 2루까지 달리기엔 무리처럼 보였다. 예상대로 공이 빨랐다. 한화 유격수 하주석이 공을 잡고 2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정후의 발걸음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하주석의 글러브는 이정후의 몸 중심선을 겨냥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2루 바깥쪽으로 몸을 슬쩍 기울이며 왼팔을 들어올려 태그를 피했다. 유려하게 미끄러지며 하주석의 글러브를 지나친 뒤 오른팔을 뻗어 베이스를 터치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명백한 세이프. 지난 2006년 37세 이종범이 첫 선을 보였던 일명 '자유형 슬라이딩', 팔만 바뀌었을 뿐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였다. 공교롭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상대팀은 한화였다.

이종범(당시 KIA 타이거즈)은 지난 2006년 10월 9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당시엔 '밑장빼기'로 불렸던 이 슬라이딩을 처음 선보였다. 당시 한화 선발은 '괴물 신인'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이종범은 6회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친 뒤 그대로 2루로 달렸다. 이미 송구를 받은 한화 한상훈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종범은 마치 오른손을 미끼처럼 내밀었다 들어올린 뒤 2루 베이스 왼쪽을 파고들었다. '괴물' 류현진은 아웃을 세이프로 만든 이종범의 슬라이딩에 크게 흔들렸고, 이현곤에게 만루포를 얻어맞으며 이날 경기를 패했다. 당시 이종범은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였다. 만루에서도 안타를 못쳐서 아들(이정후)에게 혼났다. 오늘은 이겨서 다행"이라며 웃은 바 있다.

이날 이정후의 슬라이딩도 서폴드를 흔들어놓았다. 서폴드는 다음 타자 박병호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했고, 4회에는 집중타를 얻어맞으며 2점을 더 내준 뒤 교체됐다.

다만 다른 것은 이날 경기의 승패였다. 한화는 6회 4점을 만회하며 5-5 동점을 이뤘고, 양 팀에서 무려 20명의 투수가 등판하는 연장 12회 혈전 끝에 임종찬의 결승타로 7대5 승리를 품에 안았다.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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