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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모멘트]'생애 첫 끝내기' 김호재, 그때 그 순간 심리로 본 사건의 재구성

정현석 기자

입력 2020-07-0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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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끝내기' 김호재, 그때 그 순간 심리로 본 사건의 재구성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2020 KBO 리그 경기가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렸다.연장 12회말 2사 만루, 삼성 김호재가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기뻐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7.04/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백업 선수에게 끝내기 상황은 낯 선 경험이다.



특히 대타로 출전하는 경우는 좀처럼 드문 일이다. 그 생소함을 처음부터 성공으로 이어간 선수가 있다.

삼성 유격수 김호재(25). 4일 대구 LG전 연장 12회말 끝내기 볼넷으로 데뷔 첫 타점을 기록한 다음날, 당사자를 만났다.

김호재의 심리적 흐름을 기반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 했다.

#대타 호명

6-6 동점을 만든 12회 말 2사 만루.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허상영 감독이 그를 불렀다.

메시지는 명료했다. "네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해라."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부담은 별로 안됐던 거 같아요. 어떻게든 3루 주자를 불러들여야 겠다고 생각했죠. 너무 치고 싶었는데 볼넷이라도 목표 달성을 했으니까요."

#칠까 참을까

공 2개를 잘 골라냈다. 2B0S. 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투볼 됐을 때 투수쪽 압박감이 심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 보고쳐도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4구째는 파울. 2B2S가 됐다. 볼 하나를 더 골라내 풀카운트가 됐다.

"무조건 들어오면 쳐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그런데 마지막 공이 몸쪽으로 바짝 붙다보니 배트를 낼 수 없었죠."

#볼넷 직후

통산 첫 끝내기 볼넷. 김호재는 잠시 우왕좌왕 했다.

머뭇 거리는 듯 하다 1루로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너무 기뻐서였을까.

"제가 이런 상황이 많지 않잖아요. 끝내기 볼넷일 때 1루 베이스를 밟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다가 일단 뛰어나간 거였어요."

#끝내기 이후

1루를 밟고 나서야 비로소 실감이 됐다. '아, 내가 끝냈구나.'

그 순간, 눈 앞에 가장 먼저 보인 얼굴은 박해민 선배였다. "잘했다"며 진심을 다해 꼭 안아줬다.

이후 김호재는 젊은 팀 동료들과 어울려 덩실덩실 춤을 추며 끝내기 기쁨을 만끽했다.

환희의 무대가 끝난 뒤, 아버지로 부터 전화가 왔다.

'끝내기(첫 타점) 공은 챙겼니?' 아차 싶었다.

"그냥 아무 공이라도 챙겨가야죠.(웃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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