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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비하인드]현장도 놀란 한화 코치진 이동, 노출된 불협화음의 향방은

김영록 기자

입력 2020-06-07 08:35

수정 2020-06-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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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도 놀란 한화 코치진 이동, 노출된 불협화음의 향방은
2020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6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한용덕 감독이 선발투수 채드벨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한화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장종훈 수석코치, 정민태 투수코치, 김성래 타격코치, 정현석 타격코치를 1군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띄웠다. 대전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06.06/

[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어? 한화 코치진 말소?"



6일 경기 시작을 앞두고 원정팀 사전취재를 준비하던 기자실이 갑자기 소란해졌다.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이날 정오 발표된 KBO 측의 엔트리 변경 공지 때문이다. 한화의 수석코치부터 타격, 투수코치들이 모두 1군에서 말소된 것.

경기에 앞서 '오늘 저희 엔트리 변경은 없다'던 한화 관계자에게 일제히 시선이 꽂혔다. 다급하게 확인된 내용은 더욱 황당했다. 장종훈 수석코치와 정민태 투수코치, 김성래-정현석 타격코치 등 4명의 말소는 이날 오전 갑자기 결정됐다는 것. 그리고 새롭게 합류할 코치도, 말소된 코치들의 새 보직도 미정인데다 오늘 경기는 남은 1군 코치진만으로 치른다는 설명이었다.

한화가 최근 연패중인 만큼 대규모 코치진 인사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1~2군 코치진 맞바꾸기든 뉴페이스의 영입이든 늦어도 경기 당일이 아닌 전날 저녁 결정되기 마련이다. 수석과 타격, 투수 코치 없이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날 대전에서는 그 일이 일어났다. 코치 엔트리에는 없지만, 1군 선수단과 동행하던 박정진 불펜코치까지 5명의 코치가 한꺼번에 전선에서 이탈했다. 이들은 이날 현장에 정상 출근했다가 엔트리 말소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귀가'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메우는 사람도 없었다. 이날 한화 퓨처스팀은 오전 11시 고양에서 히어로즈와의 2군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결국 배터리코치와 수비코치, 작전코치, 주루코치 등이 라인업 교환부터 선수 교체 요청까지, 나름의 역할을 나누어받았다. 투수 관련 업무는 한용덕 감독에게 주어졌다. 남은 코치진 중 투수 출신은 한 감독 뿐이었다.

한용덕 감독은 평소 코치들의 전문분야를 존중한다. 심판을 향한 항의가 아닌 이상 경기중 눈에 띄는 움직임이 적다. 하지만 이날은 선?N과 불펜투수들의 컨디센 체크부터 라인업 구성, 불펜투수 및 대타 기용 여부까지 혼자 결정하는 처지가 됐다. 투수교체는 물론 소통을 위해서도 매번 마운드에 직접 올라야 했다. 야구인들에게도 낯선 광경이다.

이날 상대팀은 투타 모두 한화에 비해 압도적인 전력을 지닌 1위팀 NC 다이노스. 선발투수는 올해 리그 대표 에이스로 성장한 구창모였다. 어수선한 한화에겐 너무 강한 상대. 2대14로 대패한 한화는 정규시즌 13연패를 기록했다. 오랜 부진을 조금이나마 벗고 4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KBO 통산 4번째 3500루타를 달성한 김태균을 축하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1986년 빙그레 이글스 출범 이래 34년 프랜차이즈 역사상 단일시즌 최다연패 타이 기록이다. 2013년 이후 7년만이다.

경기를 마친 후 발표된 코치진의 새 보직도 눈에 띄었다. 퓨처스의 정경배-이양기 타격코치, 김해님-마일영 투수코치와의 맞교환이 이뤄졌다. 하지만 정민태 정현석 박정진 코치가 퓨처스에 배치된 반면, 장종훈 김성래 코치는 육성군(3군)으로 내려갔다. 익히 알려진대로 장종훈 코치는 한용덕 감독의 '손발'에 해당하는 최측근이다. 3년 계약의 마지막 해인데다, 올시즌 13연패의 늪에 빠진 한용덕 감독의 좁아진 입지가 드러난다.

3년전 한용덕 감독이 한화에 부임한 이래, 팀의 재건과 '이글스 스피릿'의 회복을 위해 자팀 레전드들이 뭉쳤다. 2020 한화는 장종훈 코치와 송진우 코치, 정민철 단장까지 영구결번 3명이 모두 포함된 막강 위용을 자랑했다. 한용덕 감독 역시 장종훈 코치와 더불어 이글스를 대표하는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이자, 선수 시절 한화에서만 통산 120승을 거둔 원클럽맨이었다.

13연패라는 명백한 현실 앞에서 한용덕 감독이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로지 한용덕 감독과 그를 둘러싼 코치진만의 잘못인지는 의문이다. 한용덕 감독에겐 한대화 김응용 김성근 등 전임 유명 감독들도 해내지 못한 2010년대 한화의 유일한 가을야구라는 업적이 있다. 반면 전임 감독들과 달리 3년 계약기간 동안 외부 FA 등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 결과 한화의 전력은 ESPN을 비롯한 야구 전문가 대부분이 입을 모을 만큼 최하위 후보였던 게 현실이다.

분위기 쇄신이든 사퇴 압박이든, 이날 일련의 해프닝을 포장할 수는 없다. 한화 구단으로선 프로답지 못한 하루였다. 현장과의 불협화음, 또는 소통 부족을 만천하에 드러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한화는 7일 NC 전마저 피할 경우 14연패를 기록, 단일 시즌 최다 연패 신기록의 불명예를 안게 된다.

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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