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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스케치]#힘내자 대구, #힘내자 경북, 삼성 선수단에 부는 지역 응원바람

정현석 기자

입력 2020-02-2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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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자 대구, #힘내자 경북, 삼성 선수단에 부는 지역 응원바람
아카마 볼파크 출입구 벽면에 붙은 대구경북 응원 메시지.

[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힘내자_대구, #힘내자_경북



삼성 라이온즈가 캠프를 차린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볼파크. 구장 출입구에 들어서면 선수단 공지 사항을 붙여놓은 벽면이 있다. 그 공지문들 사이에 인상적인 응원 문구가 붙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 받고 있는 연고지 대구시민, 경북도민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이다.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 확진자가 무려 2000명을 향해가던 28일 이 문구가 붙었다. 그 옆에는 'DAEGU Lions' 유니폼 사진과 함께 '함께 이겨낼 수 있습니다. #힘내요 대구, #힘내요 경북, #힘내요 대한민국'이란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따로 붙었다.

선수단은 삼성 라이온즈 공식 유투브 채널을 통해 방송될 응원의 메시지를 녹화했다. 허삼영 감독과 주장 박해민, 권오준, 강민호, 김상수, 원태인, 양창섭 등 주요 선수 20명 정도가 영상 응원에 동참했다. '힘내자 대구, 힘내자 경북'을 외치고 "코로나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삼성은 곧 유투브 영상을 홈페이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이날 삼성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도 바꿨다. 오키나와에 걸린 포스터와 흡사한 'DAEGU Lions' 유니폼을 입은 투수 사진과 함께 '#힘내자_대구, #힘내자_경북'이란 문구를 실었다.

삼성은 코로나19 피해를 가장 크게 보고 있는 구단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26일 아베 신조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의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에 체류한 이력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한다'는 방침을 공식화 하면서 대구 경북 주재 구단 직원들 조차 오키나와에 올 수가 없다. 지역에 사는 선수 가족도 마찬가지다. 안 오는 것과 못 오는 건 엄연히 다르다. 심리적 고립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당초 6일 귀국 예정이던 삼성은 코로나19 여파로 캠프 연장을 적극 검토중이다. 숙소와 비행 편이 해결되면 15일 입국이 유력하다. 삼성은 오키나와에 남아 11일까지 체류하는 LG 트윈스와 연습경기를 더 치를 예정이다. 삼성이 캠프를 연장할 경우 LG도 오키나와 캠프 연장을 검토할 방침이다. 오키나와에 머물고 있는 LG 차명석 단장은 "삼성이 연장하면 우리도 기간을 늘려 연습 경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며 이날 만난 삼성 관계자에게 "연장이 확정되면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사상 유례 없는 시범 경기 전면 취소가 결정된 마당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오키나와 캠프 연장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힘들다. 이미 한달 동안 객지 생활을 했는데 앞으로 보름을 더 있어야 한다. 가족과의 생이별이 더 길어지게 됐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새 신랑 임현준은 "아내도 걱정이고, 아버지도 걱정이다. 무조건 밖에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다"고 가족을 걱정했다. 이원석도 "당분간 아내는 서울에 두고 나만 대구에 가서 지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삼성 구단 운영팀 직원들도 힘들다. 캠프 연장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당초 6일에 삼성이 떠나면 나고야 대학이 아카마 구장을 쓰기로 했었다. 호텔 연장에 대규모 선수단이 이동해야 하는 비행기 편 확보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일본어가 유창한 심창섭 운영팀장은 온종일 현장 예약을 새로 잡느라 전화기를 귀에서 떼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보다는 선수들이 힘들 것"이라며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선수도, 구단 직원들도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는 코로나19 돌발 사태. 대구·경북민을 향한 라이온즈 선수단의 진심 어린 응원은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오키나와(일본)=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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