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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캠프스토리]'극과 극' 롯데-삼성 스캠서 드러난 팬소통 허와 실

박상경 기자

입력 2020-02-26 15:59

수정 2020-02-27 05:46

'극과 극' 롯데-삼성 스캠서 드러난 팬소통 허와 실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스프링캠프, '총성없는 전쟁'이다.



선수단 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KBO리그의 존재 이유인 팬, 프런트의 한해를 위한 마중물이다. 매년 선수들에게 강조되는 팬서비스를 구단이 책임지는 시간이다.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KBO리그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클래식 더비' 팀이다. 이들의 올해 캠프 행보는 극과 극이다. 롯데는 리그 최고 팬덤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행보에 그친 반면, 살림살이가 크게 줄며 고전해 온 삼성은 캠프에서 큰 박수를 받고 있다.

▶삼성의 '진짜 프로세스'는 달랐다

스토브리그 기간 '프로세스'로 주목 받았던 롯데의 행보는 캠프 들어 '반쪽'으로 전락하고 있다. 호주 애들레이드 캠프 속살 엿보기가 쉽지 않다. 청백전 첫 날 시도한 인터넷 중계는 엉성한 구성으로 질타를 받자 아예 자취를 감췄다. 선수단 주요 소식이나 연습 경기 결과를 제때 확인하는 일마저 힘들다.

지난 25일(한국시각) 가진 연습경기에선 0대10 대패를 당한 애들레이드 자이언츠가 경기 종료 직후 상세하게 소식을 전했지만, 롯데는 이날 밤까지 감각 무소식이었다. 경기 이튿날인 26일 오전에도 구단 홈페이지, SNS에서 경기 결과나 기록지는 커녕 관련 소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온라인 상에선 '요즘 같은 세상에 캠프 소식 조차 실시간으로 전하지 못하는 것인가', '구단이 팬과 소통할 의지가 있는 건가'하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본 오키나와에 머무는 삼성은 방송 관계자들의 눈을 의심케 하고 있다. 실시간 구단 동향은 물론, 연습경기 때마다 스포츠 중계 채널 뺨치는 자체 중계를 하고 있다. 이닝이 바뀔 때마다 TV 광고처럼 선수들의 팬 서비스 영상, 구단 시즌 프로모션 계획을 알리는 등 디테일까지 선보였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팬 서비스 면에서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구성원들도 이를 인지하며 타개책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지난해 카메라 1대로 시작한 캠프 중계가 돌파구였다. 올해 캠프를 앞두고 프런트와 외주업체가 힘을 합쳤다. 구단은 팬 호응을 받은 캠프 영상 제작에 재투자를 결정했고, 업체는 관계자가 직접 기획, 제작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업체 측이 최근 질롱코리아 현장 중계를 통해 노하우를 습득한 것도 도움이 됐다. 구단 홍보팀장이 해설 마이크를 직접 잡고, 직원들도 지원에 열을 올렸다. 팬들의 반응이 뜨거워지면서 의욕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큰 비용을 투자한 것은 아니다. 보다 많은 팬들에게 구단 소식을 전할 방법을 고민하고 현장에서 노력한 결과를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낮췄다. 이어 "이번 캠프 사례를 토대로 내년엔 카메라나 장비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흥행 마중물 스프링캠프, 현장은 스킨십 안간힘

삼성의 이런 행보는 선수단 내부 인식도 크게 바꿔 놓았다. 주장 박해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들이 'VJ'를 자처할 정도. 투수 임현준은 "예전처럼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말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팬들이 있어 구단이 있고, 우리가 있는 것이다.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면 뭐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캠프 기간 선수들이 나서서 '카메라 주면 내가 영상 찍겠다'고 나설 정도여서 적잖이 놀랐다"고 밝혔다.

팬 서비스 강화를 위한 노력은 비단 삼성 뿐만이 아니다. 캠프 일정을 소화 중인 대부분의 팀들이 스킨십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캠프를 차린 KT 위즈 역시 현지 연습경기 일정에 맞춰 직원들을 현장에 파견해 자체 중계에 해설까지 진행하며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캠프 전체 일정에 전담 직원과 지원조, 외주업체까지 파견해 매일 다양한 소식을 업데이트 하고 있다. 이밖에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훈련 중인 KIA 타이거즈, 최근 일본 미야자키에서 2차 캠프를 시작한 두산 베어스 역시 실시간으로 캠프 소식을 전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국제대회 부진, 갖가지 사건 등으로 800만 관중 달성에 실패한 KBO리그엔 '적색 경보'가 울리고 있다. 올 초부턴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까지 생기면서 흥행 전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각 구단들이 캠프 안팎에서 신속히 움직이며 팬 스킨십을 늘리는 이유다. 올해 캠프를 계기로 KBO리그의 '팬 퍼스트'는 더 강조되는 분위기다. '개혁'과 '프로세스'를 부르짖지만, 정작 이런 행보는 선수단에만 국한된 롯데에 더욱 아쉬움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갈림길에 선 거인

롯데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조직개편을 하면서 커뮤니케이션 파트를 성 단장 직속 체제에 뒀다. 단장이 직접 구단 내외부 소통을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성 단장은 취임 초기부터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프로세스 완성과 도약을 기치로 내걸어왔다. 스토브리그 기간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긍정적 평가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성 단장 만이 팬들과 소통하는 창구가 되어선 안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롯데가 KBO리그에서 차지하는 시장성과 구단 규모 등을 고려해보면 비시즌기간 이슈 몰이는 가능해도 한 시즌 내내 모든 소통을 홀로 할 순 없다. 야구계에선 꾸준히 '롯데가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KBO 마케팅에서 가장 좋은 기반을 가진 구단다운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지난해부터 쉼 없이 이어진 조직 개편으로 느슨해진 프런트 전반의 협업, 공동체 의식 역시 강조되고 있다.

지난달 취임식에서 이석환 롯데 신임 대표이사는 "단지 힘이 세고 키가 크면 거인일까. 그러면 괴물 같은 존재일 뿐이다. '자이언츠'라는 이름이 새겨진 이 옷을 입는 순간, 팬들이 기대하는 걸 알아야 하고,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무한한 책임감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곱씹어야할 말이다.

성 단장은 26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롯데가 오는 29일 연습경기부터 다시 자체 중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제작, 캐스터, 해설 모두 성 단장이 맡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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