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2014년 미국 진출이다. 핑계대고 싶지 않고, 후회하지도 않는다. 다만 출발부터 꼬이고 꼬였고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날린 1년이 윤석민의 야구인생을 단축시킨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윤석민에게 '만약'이란 단어를 꺼냈다. "만약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더 성공했을 것 같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윤석민은 "이미 끝난 상황이다. 지금와서 후회하긴 싫다. 좋은 추억이었다. 다만 '만약'이라는 가정을 했을 때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야구는 더 오래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윤석민이 밟았던 길, 2020년 김광현이 도전한다. 김광현은 포스팅을 통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2년 최대 1100만달러에 계약했다. 윤석민은 6년 전 기억을 끄집어 내면서 후배 김광현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랐다. "내가 볼티모어에 갔을 때와 광현이의 상황은 다르다. 광현이가 충분히 좋은 환경이다. 광현이가 성공하기 위해선 주위 환경이 좋았으면 좋겠다. 통역 등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석민은 김광현의 밝은 미래를 예상했다. "광현이는 (빅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 사실 미국에는 정말 좋은 공을 던지는 선수가 많다. 다만 좋은 공을 던지는 것 뿐이다. 야구는 좋은 공이 전부가 아니다. 좋은 공보다 운영을 잘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류현진이 대단하다. 광현이도 운영 면에서 탁월하고 자기가 던지고자 하는 곳에 던질 줄 알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