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2019 KBO 리그 경기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수비를 마친 두산 린드블럼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8.18/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은 2년전 롯데 자이언츠에서 뛸 때만해도 A+급은 아니었다. 린드블럼은 2015년 롯데에서 13승11패, 2016년 10승13패, 2017년 후반기 롯데에 재합류해 5승3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그해말 롯데는 브룩스 레일리와의 재계약이 우선이었고, 린드블럼은 결국 롯데와 이별했다. 두산은 당시 하락세로 판단한 더스틴 니퍼트 대신 린드블럼을 잡았다. 지난해 15승(4패) 투수로 거듭 난 린드블럼은 올시즌 벌써 19승(1패, ERA 2.03)으로 승승장구다. 이닝(155) 1위, 탈삼진(152) 1위, 승률(0.950) 1위.
린드블럼은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다. 야구계는 올해 린드블럼이 외국인 투수 역대 최고 시즌을 열어 젖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대 외국인 투수 한시즌 최다승(22승) 경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렇다면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는 누구일까.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를 언급할 때마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구단은 두산이다. 올해 최고투수 린드블럼 뿐만 아니라 역대 외국인 개인통산 최다승을 거둔 더스틴 니퍼트(102승, 두산에서 94승, KT 위즈에서 8승), 그리고 2007년 두산에서 22승을 신고한 다니엘 리오스가 있다. 니퍼트는 2016년 22승(3패)을 거두며 외국인 한시즌 최다승으로 리오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리오스는 2008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즈로 이적했으나 전반기 투구폼 수정 등으로 혼란을 겪으며 매우 부진했다. 이후 2군에서 금지약물 복용이 들통 나 재계약에 실패하며 은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20승 고지를 밟은 또 다른 투수로는 헥터 노에시(전 KIA 타이거즈)와 밴헤켄(전 넥센 히어로즈)이 있다. 헥터는 2017년 20승(5패)을 신고했고, 밴헤켄은 2014년 20승6패로 다승왕에 올랐다.
개인통산 성적을 놓고보면 여전히 최고는 니퍼트다. 다승왕 MVP, 한국시리즈 우승 등 모든 영화를 누렸다. 외국인 투수 첫 100승 금자탑은 긴 시간 그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통산 62승인 린드블럼이 향후 최소 3시즌은 에이스로 활약을 이어가야 니퍼트를 따라잡을 수 있다.
한 시즌 정점 활약과 구위만 놓고 따진다면 '2019년 린드블럼'은 역대 최강자들과 겨뤄봄직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최근 리오스와 린드블럼의 공통점을 얘기했다. 바로 영리한 피칭이었다. 린드블럼은 직구 평균구속이 145.2km다. 토종 선발 최고 평균구속(147.1km)인 김광현(SK 와이번스)에 못 미친다. 하지만 땅볼유도와 허를 찌르는 피칭으로 재미를 봤다. 위기탈출 능력은 역대급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이적 첫해 잠실구장 효과, 안정된 두산의 내외야 수비도움을 받았고, 올해는 공인구 반발력 감소 반사이익까지 더해졌다. 전반적으로 투수들이 유리해진 시즌이지만 린드블럼의 압도적인 성적은 모두의 예상을 깨는 수준이다. 타고투저가 만연해던 2016년 니퍼트의 22승(ERA 2.95)은 정말 놀라우리만치 대단한 기록이다. 하지만 여러 변수에도 1점대 평균자책점 가능성까지 열어둔 린드블럼의 성적은 경이롭다는 평가가 많다. 니퍼트처럼 최고 150km대 중반의 광속구를 뿌리지는 못하지만 린드블럼은 그 격차를 노련함으로 극복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