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직전 시즌 가을야구를 했던 선수들은 어느 정도 만족하기 마련이다. 팬들도 우승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 팀을 비난할 명분이 부족하다. KIA는 그런 팀이었다. 만족을 모른다. 항상 상위권에서 우승을 노려야 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14일 KT 위즈전에서 보인 화력으로는 금 간 자존심을 회복하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KIA 타자들이 올 시즌 가장 무기력했다. 4회까지 퍼펙트 피칭 등 8⅓이닝 1실점, 인생경기를 펼친 KT 선발 김 민의 구위가 워낙 좋았지만 타자들이 타석에서 맥 없이 아웃되는 모습은 마치 올 시즌 꼴찌를 확정해 놓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KIA는 영봉패는 면했지만 이번 시즌 당한 세 차례 영봉패보다 내용 면에서 부진했다. 같은 패배라도 충격이 더 컸던 이유다.
무엇보다 에이스가 출격한 경기였다. 3연패를 끊고 5월에 약속했던 반등의 시작을 알렸어야 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에이스는 세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등 완벽에 가깝게 살아났지만 타자들은 에이스를 전혀 돕지 못했다. 14일 두산 베어스전 재현이었다. 당시에도 양현종은 7이닝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지만 팀 타선은 침묵했다. 0대1로 영봉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