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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인터뷰]'진화'하는 김광현, "투구수 강박 버리고 팀 이기는데 최선"

정현석 기자

입력 2019-04-22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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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김광현, "투구수 강박 버리고 팀 이기는데 최선"
21일 NC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김광현이 딸 민주를 보듬으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잘 던지든 못 던지든 최선을 다해 상대 투수보다 점수를 덜 주도록 할게요."



SK 에이스 김광현(31)의 '다짐'이자 '약속'이다.

무도의 고수는 텅 빈 무심(無心)의 경지를 추구한다. 수련이 덜 된 무도인일 수록 마음에 무릎을 꿇는다. 욕심을 품는 순간 욕망의 노예가 된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도의 경지다.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은 와이번스의 에이스. 그도 그 평범한 이치를 깨달아 가고 있다. 그동안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한 욕망은 '반드시 6이닝을 채워야 한다'는 집착이었다.

"저저번 경기부터 6이닝 강박 관념에 시달렸던 거 같아요. 그런데 투구수를 줄여야겠다 생각하니 오히려 더 투구수가 늘어났던 거 같아요. 앞으로 2경기 정도 그런 강박을 없애고 투구수 생각을 많이 안해보려고요.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21일 인천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NC전을 마친 뒤 아빠 다리에 매달리는 딸 민주를 보듬으며 한 말이다.

이날 그는 목표했던 6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6회 무사 1,3루 위기에서 나성범에게 병살을 유도해 실점을 1점으로 최소화 하고 주자를 없애며 6이닝을 무난히 채우는 듯 했다. 하지만 앞선 두 타석에서 병살-삼진을 유도했던 양의지에게 우중간 2루타를 허용한 뒤 결국 서진용으로 교체됐다.

"6이닝 채웠으면 했는데 양의지 선수한테 2루타를 맞아 내려갔죠. 그 전 타석에 스플리터로 삼진을 잡았는데 그 공을 또 던지니 2루타를 치더라고요. 어쩔 수 없었어요. 좋은 타자니까요."

목표했던 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김광현은 밝은 표정이었다. 무언가 무거운 강박을 내려놓은 듯한 홀가분한 느낌. "승리요? 글쎄요. 한 시즌 30경기 쯤 던질텐데 퐁당퐁당 승을 올리고 있으니 한 15승은 하지 않을까요, (웃음)" 유쾌하게 농담을 던지는 모습이 그저 편안해 보인다.

"긍정적인 부분은요. 제가 나온 6경기 중 5경기를 이겼더라고요. 앞으로도 잘 던지든 못 던지든 최선을 다해 상대 투수보다 점수 덜 주도록 할게요. 그래야 이길 수 있으니까…."

부처는 일체의 번뇌가 내 자신을 모르는 데서 기인한다고 했다. 나를 모르면 나의 바깥 세상의 이치를 알 도리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부터 구분하는 것이 나를 아는 첫 걸음이다. 나를 모르면 어리석고 또 어리석은 우치(愚癡)의 세계에 빠진다. 운이 좋아 조금만 좋은 일이 있으면 허황된 탐욕이 생기고, 운이 나빠 조금만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지나친 분노(진에)가 생긴다. 이 모두 마음의 지옥인 번뇌로 가는 지름길이다.

프로 13년차 베테랑 에이스 김광현. 그가 비로소 스스로를 알아가는 '경지'에 접어들고 있다. 비워야 비로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있다. 그렇게 그는 진정한 에이스 길을 걷고 있었다.

SK 염경엽 감독은 김광현의 올 시즌에 대한 질문에 대해 딱 한마디 말을 던졌다. "(경기 중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어찌됐건 이기잖아요."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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