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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대표팀 감독 후보 '예비후보'의 의미, 서글픈 자리

노재형 기자

입력 2019-01-18 10:50

수정 2019-01-18 11:06

야구대표팀 감독 후보 '예비후보'의 의미, 서글픈 자리
KBO 기술위원회 첫 회의가 17일 오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렸다. 회의에 앞서 정운찬 KBO 총재와 기술위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번에 부활한 기술위원회 위원들 중 경기인 출신은 마해영 성남 블루팬더스 감독,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이승엽 KBO홍보대사 등 5명이다. 비경기인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부회장이자 대표팀 닥터인 김진섭 정형외과 원장이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9.01.17/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한 기술위원회가 구성돼 본격적인 출범을 알렸다.



KBO(한국야구위윈회)와 KBSA(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17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 소속 위원들에 대한 위촉장 전달식을 진행했다. 김시진 기술위원장을 필두로 김진섭 마해영 이종열 최원호 박재홍 이승엽 기술위원이 위촉장을 받았다. 이들은 이달 내로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고 이후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기술위원회에게는 대표팀 감독 선임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안건이다. 국가대표팀 감독은 매우 영예로우면서도 책임도 크게 짊어져야 하는 자리다. 그래서 부담스럽다. 김시진 위원장은 이날 첫 회의를 마치고 "2차 회의에서 오늘 생각한 인원수에서 줄여 약 3명 내지는 예비후보까지 5명 정도를 결정하겠다. 오늘 몇 명을 얘기했다고는 말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예비 후보'를 언급했다. 이는 3명의 후보가 거절 의사를 나타냈을 때를 대비해 2명의 후보를 더 내세우겠다는 뜻이다. 즉 23일 2차 회의에서 3명의 후보를 정해 해당 인사들과 접촉한 뒤 '만에 하나' 거부 의사가 나올 경우 대비하겠다는 이야기다. 국가대표 감독 자리에 대해 거부 의사까지 준비해야 하는 '서글픈'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해 야구대표팀은 논란을 겪었다. 자카르타-팔람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뒤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 혜택이 형평성과 객관성에 맞아야 하는데 그런 원칙을 잃었다는 지적이었다. 국회 국정감사에 선동열 감독이 출석해 입장을 밝혀야 했고, 억지스러운 수모까지 당했다. KBO 수장인 총재가 논란을 부추기는 말까지 내뱉었다. 결국 선 감독은 그렇게 영예로운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

이후 야구계에는 "이런 상황에서 누가 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어하겠는가"라는 말이 나왔다. 김시진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경기인 출신이면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욕심으로는 지도자 경험이 있고 대표팀 운영 방향에 관해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면 좋겠다"면서 "팬들과 언론들이 공유할 수 있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여러 명을 놓고 토론을 하는데 후보군이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팬들이 공유할 수 있는'과 '후보군이 많지 않다'는 표현에서 기술위원회가 느끼고 있는 부담감을 읽을 수 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열린 위촉식에서 정운찬 총재는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감독을)모셔서 금년 11월 프리미어12는 물론 내년 8월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힘을 발휘해달라"고 했다. 공정하고 투명한 건 당연한 절차적 기준이지 총재가 직접 언급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이 역시 정치적 발언이다.

이날 첫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대표팀 감독은 프로 구단 지도자 출신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다른 기술위원들도 공감을 표했다. 그렇다면 후보는 대략 8~10명 정도가 된다. 이 가운데 도덕성과 청령성, 나이, 사회적인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감독을 3명으로 압축해 총재에게 보고한다는 것이 기술위원회의 계획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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