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에게 황금장갑은 낮설지 않은 영예다. 1루수로 4차례(2006~2007년, 2011년, 2017년), 3루수로 1차례(2010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지명타자 부문에 후보로 오르면서 또 한 번의 도전 기회가 마련됐다. 이대호가 지명타자까지 석권해 지난 1992년 장종훈(1루수, 유격수, 지명타자), 2004년 양준혁(1루수, 외야수, 지명타자)에 이어 13년 만에 KBO리그 역대 세 번째 3개 부문 수상자 타이틀을 차지할 지에 대한 관심이 컸다.
이대호는 올 정규시즌 144경기에 모두 나서 타율 3할3푼3리(543타수 181안타), 37홈런, 125타점을 기록했다. 타율, 홈런, 타점 모두 최정상급. 기록만 보면 이대호의 수상은 따놓은 당상처럼 여겨질 만했다. 하지만 누구도 이대호의 낙승을 점치지 못했다.
'유경험자' 이대호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시상식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기록은 내가 (최주환보다)좋지 않았나. 기록만 보면 내가 받아야 할 것 같다"며 "골든글러브 시상식인데 지명타자로 후보에 오르니 뭔가 어색하다"고 농을 쳤다. 그러면서도 "두 선수 모두 성적이 좋았으니 (상을)받을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 수상에 실패한 선수는 많이 아쉽지 않겠나"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최주환은 "(이대호와)나는 비교대상 자체가 아닌데 주변에서 그런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기적이 일어난다면(수상하지 않겠나)"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정말로 수상을 하게 된다면 집안이 엎어질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