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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분위기, FA 시장 역대급 한파 예고?

나유리 기자

입력 2018-10-22 11:46

심상치 않은 분위기, FA 시장 역대급 한파 예고?
잠실구장 전경. 스포츠조선DB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번 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역대급 한파가 몰아칠까.



최근 몇년 사이 FA 시장은 '돈 잔치'였다. 2017년 시즌을 앞두고 최형우가 삼성 라이온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이적하면서 역대 최초로 '오피셜' 100억원 시대를 열었고, 최형우보다 몇달 늦게 계약한 이대호는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로 복귀하면서 4년 총액 150억원으로 최고액 신기록을 다시 깼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대어급 야수들이 차례로 대형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김현수는 LG 트윈스와 4년 총액 115억원으로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거액을 손에 넣었고, 황재균은 KT 위즈와 4년 88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롯데에 잔류한 손아섭은 4년 96억원으로 100억원에 육박하는 대형 계약을 이끌어냈고,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한 민병헌도 4년 80억원에 사인했다. 두번째 FA도 '대박' 낸 강민호는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4년 80억원에 합의했다.

마치 누가누가 기록을 세우나 경쟁이라도 하듯 몸값이 상승했고, 이제 100억원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액수처럼 인식됐다.

그러나 이번 겨울 이적 시장을 앞둔 구단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얼마전 KIA, 삼성, LG, NC, KT 등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팀들이 대규모 선수단 정리를 실시했다. 베테랑 선수들 위주로 내보내면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최근 몇년 내에 이처럼 많은 인원들이 한꺼번에 방출된 것은 처음이다. 구단들이 냉정하게 칼을 빼든 것이다.

지출 감축에 대한 의지는 이전에도 드러났다. 일단 외국인 선수 신규 계약시 연봉을 총액 100만달러(옵션 포함)로 제한하는 데 10개 구단이 동의했다. 연봉 상한선이 부활한 이유는 외국인 선수들의 에이전트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이적료 요구가 도를 지나쳤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구단들이 발표한 금액보다 실제 지출 금액이 훨씬 높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100만달러로 제한선을 두기로 했다. '비싼' 선수를 데려오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진 몸값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다.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의 반대로 FA 개정안은 미뤄졌지만, 외국인 선수, FA 계약을 가리지 않고 모든 연봉 계약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당장 이번 겨울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쉬쉬하던 이면 계약을 완전히 쫓아내겠다는 뜻이다. 어기는 구단은 제재금 10억원과 다음 년도 1차 신인 지명권이 박탈된다.

그동안에도 강조됐던 부분들이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구단들의 의지도 상당하다. A 구단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비일비재하게 이뤄졌던 부분들을 확실히 잡아야한다. 외국인 선수나 FA 몸값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구단들의 적자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수익 구조는 뻔하고, 나가는 돈만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제는 구단들끼리 서로서로 감시해야 한다. 나부터 부정 행위를 발견하면 밝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리띠 졸라매기'는 FA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겨울 FA 자격을 얻을 선수 가운데, 대형 계약이 예상되는 선수는 양의지 정도다. FA 상한선(4년 총액 80억원) 도입은 선수협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지금의 분위기라면 양의지 영입을 원하는 구단도 선뜻 초대형 계약을 내밀 수는 없게 됐다. 특히 '빅마켓'으로 불리는 몇몇 구단들이 외부 FA 영입 의사가 없음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양의지를 비롯한 대어급 선수 외 나머지 중소형 FA 선수들은 더더욱 설 자리가 없어진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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