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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스타일 '빅볼야구', 포스트시즌 새바람 일으키나

이원만 기자

입력 2018-10-17 10:47

수정 2018-10-1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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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스타일 '빅볼야구', 포스트시즌 새바람 일으키나
2018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1차전 KIA와 넥센의 경기가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5회말 무사 1루 넥센 김혜성이 타격 방해로 1루에 진출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0.16/

"쫓아가서 동점을 만드느니 차라리 역전을 노리는 게 우리 선수들 스타일입니다."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지난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10대6으로 이긴 뒤 이렇게 말했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순간을 '5회'라고 밝히며 그때 강공과 페이크번트 앤드 슬래시(fake bunt & slash)작전을 쓴 이유를 설명하면서였다. 한걸음씩 쫓아가는 야구보다는 한방으로 뒤집는 화끈한 공격야구, 넥센 스타일의 빅볼이다.

장 감독 개인의 성향이기도 하거니와 이미 넥센 타자들의 몸에 배어있는 야구다.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 강력한 한방을 터트릴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를 인정해주는 벤치에 대한 신뢰감 덕분에 이런 야구가 가능해졌다. 그래서 점점 더 넥센의 야구는 선이 굵어진다.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5회말은 이런 선굵은 넥센 스타일 빅볼의 전형이었다.

0-2로 뒤지던 5회말. 하위타선인 7번 임병욱부터 시작이었다. 임병욱은 깨끗한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이 다음부터는 선택의 순간이다. 장 감독의 머리 속에서는 순간적으로 여러 개의 조건이 입력됐을 것이다. '5회말', '2점차 열세', '선두타자 출루', '상대는 2피안타 에이스', '우리는 하위타선'. 그러나 이러한 개별 조건들은 특정한 정답을 유도하지 않는다. 똑같은 조건이더라도 감독과 팀의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결론이 도출되게 마련이다. 추격점을 낼 확률을 높이기 위해 후속 타자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렵게 잡은 찬스를 크게 살리기 위해 강공을 택할 수도 있다.

장 감독의 선택은 후자였다. 앞선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8번 김혜성에게 강공을 지시했다.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로 이어졌다. 일단 행운이 따랐다. 김혜성이 볼카운트 2B2S에서 간신히 파울을 만들어낸 순간, KIA 포수 김민식이 내민 미트에 배트가 살짝 걸렸다. 결국 김혜성은 포수의 타격 방해 덕분에 1루를 밟았다.

무사 1, 2루에 이제는 9번 타순. 여기서 또 한번 선택이다. 어떻게 보면 이제는 정말 번트가 필요한 순간일 수도 있다. 1사 2, 3루를 만들어 병살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적시타 1개로 동점까지 가능해지는 상황을 만드는 공격 옵션이다.

하지만 여기서 넥센 벤치는 다시 한번 상대의 허를 찔렀다. 누구나 쉽게 번트를 떠올릴 만한 상황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9번 타자 김재현은 번트 모션으로 타석에 웅크렸다. 그러나 양현종의 손끝에서 공이 떠난 순간, 몸을 펴며 배트를 힘차게 돌렸다. 페이크번트 앤드 슬래시였다. 예상치 못하게 날아온 타구에 당황한 KIA 유격수 황윤호는 공을 더듬었다. 결국 모든 주자가 살아나갔다. 여기서부터 5점이 나왔다. 이렇게 넥센은 양현종과 KIA를 일순간에 무너트렸다.

전형적인 넥센 스타일의 공격이닝이라고 볼 수 있다. 상하위 타순을 가리지 않고, 기회가 포착되면 무섭게 파고들어 상대에게 큰 펀치를 날린다. 이전까지 포스트시즌 단기전을 주도하는 스타일은 투수력을 앞세운 '스몰 볼'이었다. 그러나 넥센은 타선의 힘을 위주로 한 거침없는 '빅볼'을 보여주고 있다. 잘 통하면 KIA전 5회말처럼 빅이닝이 가능하다. 그러나 엇박자가 나면 그만큼 손실도 커질 수 있다. 과연 이런 넥센 스타일의 빅볼이 앞으로 이어질 포스트시즌에서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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