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핫포커스] '큰돈' 쓰고 8위, 롯데 투자의 방향은 옳았을까

나유리 기자

입력 2018-09-19 09:10

 '큰돈' 쓰고 8위, 롯데 투자의 방향은 옳았을까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가 LG에 4대1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롯데 선수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9.18/

486억원.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3년동안 FA(자유계약선수)에 투자한 금액이다.



'짠돌이 구단' 이미지가 강했던 롯데지만, 어찌보면 최근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팀이 바로 롯데다. 실제 영입으로 이어지지 않았어도, 굵직한 선수 가운데 '롯데가 영입을 노린다'고 소문이 돌았던 경우도 꽤 있었다. 그만큼 구단이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했다.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국내 복귀를 노린 이대호와 2017시즌을 앞두고 FA 역대 최고 금액인 4년 150억원의 계약을 했고, 2016시즌을 앞두고 내부 FA였던 송승준과 4년 40억에 도장을 찍은 롯데는 취약점인 불펜 보강을 위해 윤길현(4년 38억원)과 손승락(4년 60억원)을 잡았다.

지난 겨울에도 롯데는 가장 바쁜 팀이었다. 내부 FA 손아섭과 4년 98억원에 대규모 계약을 했고, 베테랑 내야수 문규현과 2+1년 총액 1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또 두산 베어스에서 주전 외야수로 뛴 민병헌을 4년 80억원에 영입했고, 채태인과도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1+1년 10억원에 합의했다. 심지어 후에 KBO 자체 조사에서 롯데가 채태인 트레이드 당시 넥센 히어로즈에 뒷돈 2억원을 준 사실이 발혀지기도 했다.

결국 롯데는 지난 3년 동안 FA 선수들에게만 총 486억원 이상 규모의 계약을 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투자도 적지 않았다. 브룩스 레일리, 앤디 번즈와 재계약을 하면서 각각 올 시즌 연봉 117만달러(약 13억원), 73만달러(약 8억원)를 지급하기로 했고, 기대를 안고 새로 데려온 펠릭스 듀브론트와는 총액 100만달러(약 11억원)에 계약했지만, 끝내 함께하지 못하고 부진 끝에 퇴출했다. 듀브론트가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나 재계약한 나머지 선수들의 성적도 기대 이하다.

문제는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도 그만큼의 결과를 얻었느냐다. 롯데는 조원우 감독 부임 첫해인 2016시즌을 8위로 마쳤다. 2017시즌에는 초반 부진했지만, 후반 투수진이 놀라울정도로 살아나면서 정규 시즌을 3위로 마치는 뒷심을 발휘했다. 그러나 올해 줄곧 하위권에 머물러있던 롯데는 중위권 싸움에 뛰어드나 싶었지만, 현재 8위로 밀려나있다. 7위 삼성 라이온즈와도 격차가 꽤 벌어져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잔여 경기에서 5위 내로 치고 올라가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희망 속에 시즌을 마쳤던 롯데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성적이 나오지 않은 것을 현장의 문제로 지적할 수도 있다. 물론 현장에서도 경기 세부적인 요소에 대한 대처나 기용에 있어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롯데 구단의 투자 방향이 옳았었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동안 롯데가 영입한 내외부 FA 선수들 가운데, 실질적으로 단숨에 전력을 끌어올려놓은 선수는 돋보이지 않는다.

2016년 윤길현과 손승락을 합계 100억원에 육박하는 적지 않은 규모에 영입했을 당시에도 갸웃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래도 손승락은 유일한 마무리 투수로 버티고 있지만, 윤길현은 이적 이후 3년 연속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일만큼 안정감이 떨어진다.

또 올 시즌을 앞두고 내부 FA 강민호-손아섭을 둘 다 잡겠다고 의욕을 보이던 롯데가 강민호와의 협상이 어그러지고, 손아섭마저 놓칠 위기가 되자 다급하게 서둘렀다. 타 구단과 계약 성사에 임박했던 손아섭과 우여곡절 끝에 도장을 찍고, 거기다 강민호에게 쓸 수 있는 돈의 방향을 틀어 민병헌까지 영입하는 쪽으로 결론지었다. 결국 돈은 돈대로 쓰고 외야 정리가 더 복잡해지고, 영입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리고 강민호를 잃은 롯데는 시즌 내내 '주전 포수 찾기' 경쟁만 치러야 했고, 여전히 주전 포수는 찾지 못한 상황이다.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투자 대비 성과'는 기업의 가장 근본적인 기조다. 야구단도 마찬가지다. 가을야구 희망이 희미해진 가운데, 그동안 롯데 구단의 투자 방향 자체가 옳았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