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잡을 데 없는 완벽투였다.
롯데 자이언츠 조정훈(33)은 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 12-4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네 번째 경기에서 가장 좋은 투구를 했다.
고무적인 것은 투구 내용이다. 조정훈이 상대한 세 타자는 SK 1~3번, 상위 타선이었다. 1번 김강민을 시속 134㎞ 슬라이더로 삼진처리한 조정훈은 2번 김성현의 대타로 나선 노수광을 3구만에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3번 최 항과 풀카운트 8구 승부를 펼쳤는데, 주무기인 포크볼을 던져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투구수는 16개였고 최고 141㎞ 직구를 비롯해 포크볼, 커브, 슬라이더를 섞어 던졌다.
사실 조정훈에겐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조정훈은 지난 5월 29일 처음으로 1군에 합류해 3경기에서 ⅔이닝 동안 6안타,4사구 6개, 13실점(8자책), 평균자책점 108.00을 기록했다. 제구 자체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 26경기에 등판해 4승2패8홀드,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하며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탰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8시즌 동안 네 차례 수술 끝에 복귀한 지난해에 훨씬 못 미치는 그의 투구를 두고 '한계'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난 6월 5일 이후 47일 동안 와신상담 끝에 SK전서 역투한 조정훈의 활약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롯데는 올 시즌 내내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발진이 부진할 때 불펜조가 맹활약했으나, 시즌 중반부터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최근 들어 선발-불펜 모두 중심을 잡지 못하는 승부가 계속되고 있다. 경험이 풍부한 조정훈이 불펜에 힘을 보탠다면 이런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
SK전이 조정훈의 100% 반전이라고 보긴 어렵다. 다가오는 시험대가 그래서 중요하다. 롯데 불펜 사정상 조정훈이 이미 승부가 기운 '편안한 상황'만 맞을 순 없다. 접전 상황에서도 조정훈이 SK전과 같은 투구를 펼칠 수 있다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필승조'의 한축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