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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정근우-한화 꼬여버린 FA협상, 앙금은 남기지 말아야

박재호 기자

입력 2018-01-21 10:48

수정 2018-01-21 13:43

정근우-한화 꼬여버린 FA협상, 앙금은 남기지 말아야
◇FA 정근우.

한화 이글스와 FA(자유계약선수) 정근우의 협상이 팽행선이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출발까지 딱 열흘이 남았다. 협상 때문에 스프링캠프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한화와 정근우 모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림이다.



꼬인 실타래는 풀어야 한다. 언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몰라도 결국 계약은 이뤄질 것이다. 양쪽 모두 앙금을 남기지 말고 마무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

박종훈 단장은 21일 "아직은 의견이 팽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순간에 협상 물꼬가 틔일 수도 있다"며 변화의 여지는 남겨뒀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협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목적에 부합되는 결정을 하기 위하여 여럿이 서로 의논함'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한발씩 다가서는 것이 협상이다. 스스로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기준이 있겠지만 이를 테이블 위에서 반복만 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협상은 아니다. 한화와 정근우는 협상다운 협상은 한 차례도 진행하지 못한 상태다.

한화 구단은 매우 강경한 입장이다. 박종훈 단장 개인 의견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말 한화그룹은 야구단의 대규모 투자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대로는 안된다는 자성 차원에서 나온 결정이다. 이제부터는 다른 식으로 팀을 만들어나가겠다는 뜻이다.

한화는 처한 상황이 매우 독특하다. 지난 10년 간 가을야구를 실패하면서 구단 행정 기류는 온탕, 냉탕을 오갔다. 리빌딩과 투자가 교차됐다. 최근엔 급속한 내부 육성, 리빌딩쪽으로 선회했다. 갑작스런 변화, 선수들이 체감하는 온도 차는 매우 크다. 골초가 하루아침에 금연을 시도하면서 생기는 금단현상처럼 신경이 곤두 서 있다.

정근우는 4년 계약을 주장하다 3년으로 한발 물러섰고, 최근에는 2년+1년 옵션계약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또한번 후퇴했다. 이적할 수 없는 FA는 진짜 FA가 아니다. 칼자루를 쥔 한화는 지난해 11월 2년 계약 안을 제시한 뒤 한번도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꼭 필요한 선수'라고 강조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계약 관철에 대한 자신감이 흘러 넘친다. 정근우는 어차피 이적 가능성이 지극히 낮고, 강제 은퇴를 감수할 상황이 아니라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1월이 가기전 정근우가 백기를 들 가능성은 높다.

한화는 송은범(4년 34억원)으로 대변되는 'FA 큰손' 시절이 있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전반적으로 잘못된 행정 결과라고 인식하고 있다. 성공적인 투자로 꼽을 수 있는 정근우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고 있다. 정근우 입장에서는 당황스럽다.

한화는 정근우와의 협상을 예비 FA 윤규진 송광민 최진행 이용규과 연관짓는 모양새다. 협상에 앞서 해당 선수가 이룬 것과 이룰 것 외에 구단이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은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 몇 년 전 투자 실패사례를 4년 간 제 몫을 한 선수에게 대입시킬 필요도 없고, 아직 평가를 받기 이전인 예비 FA들의 기를 꺾을 필요도 없다.

쟁점이 되고 있는 '2+1년 계약'에 대해 박 단장은 "아직은 협상중이다. 선수는 아쉬울 수 있겠지만 구단도 정한 기준이 있다"고 했다. 진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1년 옵션계약이 현장에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의견은 분명 일리가 있지만 법칙은 아니다. 다른 구단들도 이런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실보다 득을 봤기에 광범위한 옵션 계약을 하고 있다. 한화가 정근우에게 내민 최초 계약안에는 확정 연봉 외에 성적 옵션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에 따른 옵션은 두면서 이를 토대로 한 1년 계약 연장 옵션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부분은 선수에게 의문부호를 만들 수 있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 옵션계약은 기본이다. 한화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팀마다 옵션계약을 한 선수가 넘쳐나기 때문에 현장 코칭스태프, 특히 감독들은 이를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 신경쓰려고 해도 신경쓸 수 없는 구조다. 잘하면 쓰고, 못하면 벤치에 앉힌다. KBO리그 전체에 이런 분위기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협상을 하다보면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와 협상 당사자, 에이전트의 언어가 부딪히면서 오해가 쌓일 수 있다. 서로 원하는 바가 달라 단어 해석에 차이가 있다. 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중에 계약한 뒤 경기력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근우는 지난 11일 하와이에서 개인훈련을 마치고 귀국했다. 물리적 거리는 좁혀졌지만 협상은 답보상태다. 만나야 할 때다.

한화의 리빌딩, 내부육성 기조는 대체적으로 옳다. 다만 지금은 과도기다. '출구전략'을 고민할 때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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