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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로저스, 25경기-150이닝 소화할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입력 2017-12-13 10:37

넥센 로저스, 25경기-150이닝 소화할 수 있을까
◇넥센 히어로즈와 계약한 뒤 구단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한 에스밀 로저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에스밀 로저스. 누군가에게는 애증의 이름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상징이다. 예전 한화 이글스 시절 포수 뒤에서 로저스의 공을 본 한 심판은 그에 대해 "지금까지 내가 봐 온 그 어떤 외국인 투수보다도 뛰어난 구위를 갖고 있다"고 호평을 남긴 적도 있다. 그는 2018시즌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는다. 앤디 밴헤켄이 떠난 '에이스'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넥센은 지난 10월말 일찌감치 로저스와 계약했다. 무려 150만달러를 안겼다. 계약 시기와 금액에서 로저스에게 거는 넥센의 기대감이 여실히 드러난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로저스는 역대 최강의 구위를 지닌 외인 투수다. 2015년 8월에 대체선수로 한화가 데려온 로저스는 압도적인 피칭으로 KBO리그 전체에 충격을 안겼다. 10경기에서 6승을 따냈다. 10번의 등판 가운데 4번의 완투와, 3번의 완투승이 포함돼 있다. 말 그대로 '괴물'이었다.

하지만 과연 2015년 가을 무렵의 로저스를 다시 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로저스는 2016년에도 한화와 계약했으나 시즌 중순 팔꿈치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그리고 수술을 받은 뒤 1년 가까이 재활을 했다. 수술과 재활은 성공적이었고, 결국 올해 7월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의 트리플A 팀과 계약해 7경기를 소화했다.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수술 후 이제 겨우 1년 반 정도가 경과했을 뿐이다. 물론 구위는 예전으로 돌아왔고, 아픈 곳도 사라졌다. 그런 까닭에 워싱턴이나 넥센이나 모두 로저스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 그러나 아직 누구도 검증하지 못한 부분이 남았다. 로저스의 '내구성'에 관해서는 아직도 물음표가 걸려 있다. 팔꿈치가 과연 오래 버텨줄 수 있을 지에 관해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한 팀의 에이스라면 시즌 25~30경기 정도 등판하는 게 루틴이다. 최소 150이닝에서 200이닝 사이는 던져야 한다는 뜻. 로저스 역시 내년 시즌 넥센의 에이스로서 이 정도의 역할은 해줘야만 한다. 하지만 수술을 받은 지 채 2년이 안 된 투수에게 이 정도 투구 이닝을 맡기는 건 선수와 팀에 모두 부담이 될 수 있다. 자칫 부상이 재발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저스는 단기간에 강력한 임팩트를 보여주긴 했어도, 장기간에 걸쳐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안정성은 아직 보여준 적이 없다. 커리어를 통틀어도 한 시즌 100이닝 이상을 던진 시즌이 별로 많지 않다. 마이너리그 시절이던 2007~2009, 3년 동안 100이닝을 넘겨봤고, 메이저리그로 올라온 2013년(토론토 블루제이스) 44경기(20선발)에서 137⅔이닝을 던진 게 전부다. 한 시즌 최다 소화 이닝은 2009년 더블A와 트리플A를 오가며 27경기에서 기록한 155이닝이다.

때문에 내년 시즌 로저스가 최소 25경기 이상 선발로 나와 150이닝 가까이 던져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 수치를 채운다는 건 그가 건강하게 한 시즌 동안 에이스 노릇을 했다는 증거다. 또한 넥센 역시 한 시즌 내내 에이스의 효과를 누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넥센의 로저스 영입에 관한 성패 여부는 숫자에 달려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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