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박재호의 퍼펙트게임]오버페이 딜레마. 대형FA 잡으면 욕먹고, 놓치면 더 욕먹고

박재호 기자

입력 2017-11-22 15:20

수정 2017-11-22 21:12

오버페이 딜레마. 대형FA 잡으면 욕먹고, 놓치면 더 욕먹고
◇삼성 라이온즈와 4년간 80억원에 계약한 강민호, 4년간 88억원에 kt위즈 유니폼을 입은 황재균.

오버페이(Overpay).



KBO리그 구단들이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인정하지 않았던 단어. 선수를 영입할 때마다 합리적인 투자였음을 대내외에 공표했던 구단들이지만 틈날 때마다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도 했다. 아이러니다.

팽창하는 FA 시장을 놓고 구단들은 원죄없음을 강조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스토브리그마다 치솟는 FA 몸값, FA 거품 비난 여론. 오버페이는 냉정하게 말해 존재한다. 다만 구단들의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에 잠시 가려졌을 뿐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얼마전 FA 시장에서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21일 포수 강민호를 4년간 80억원(발표액)에 영입했다. 보상금+보상선수를 더하면 플러스 옵션을 빼더라도 110억원에 달한다. 강민호 영입은 오버페이가 아닌 '적정 투자'였을까.

구단들은 지금 딜레마에 빠졌다. FA 시장에서 거액을 안기고 선수와 재계약하거나 영입하면 거품, 오버페이 논란에 휩싸인다. 팬들은 또 시장물을 흐려놓는다고 비난한다. FA 쟁탈전에서 선수를 놓치면 곧바로 무능한 구단, 궁핍한 구단으로 낙인찍힌다.

돈을 쓰면 욕 먹고, 안 쓰면 더 욕먹는 셈이다.

논란의 중심은 오버페이에 대한 잣대다. 그 잣대는 선수에 따라, 계약 시기에 따라, 팀의 처한 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

강민호는 FA 시장이 열리기 전 이적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분류되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인식이 강했고, 내년이면 만 33세가 된다. 롯데와 재계약이 당연해 보였다. 이미 한차례 4년간 FA를 했고, FA 첫해에 2할대 초반 타율로 '먹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포수라는 포지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황재균 김현수 손아섭 민병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최대어급은 아니었다. 삼성의 급작스런 베팅은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였다. 발표액을 확인하자마자 야구계에선 이구동성으로 '예상외 대박'이라는 말을 쏟아냈다.

황재균이 4년간 88억원으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거품논란이 온라인을 지배했다. 미국 프로야구 도전을 선언하기 전 직전 3년을 활약했을 뿐 그 전에는 A급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보다는 마이너리그를 전전했지만 일찌감치 거액에 도장을 찍었다. 오버페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황재균에 이어 강민호마저 놓치자 롯데 구단은 사면초가다. 손아섭도 놓칠 것이라는 '악담'이 끊이질 않는다. 롯데는 "선수(강민호)에 대해 구단이 지불할 수 있는 최대치를 제시했다. 더 좋은 조건에 떠나겠다면 붙잡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겠느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롯데팬들은 롯데의 협상 과정에서의 미숙한 대처 가능성을 넘어 선수간 불화, 구단의 무능을 싸잡아 질타한다. '고생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가서 잘하라'는 덕담 못지 않게 롯데 구단의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10개 구단 협상 담당자들은 볼멘 소리를 한다. 과감한 투자를 하면 시장 거품을 키우는 주범으로 몰리고, 합리적인 투자를 앞세워 협상 테이블에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다 선수를 놓치면 '도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더 큰 질타를 받는다. 한 구단 관계자는 "결국은 오버페이를 해서라도 과감하게 선수를 잡아야 하는데 수년간 몇몇 구단이 돌아가면서 베팅을 하는 바람에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팬들의 반응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대할 때와 타 팀을 대할 때가 180도 다르다. 무리하더라도 선수를 붙잡아 전력을 강화하면 처음에는 오버페이 비난이 다소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희망적인 시각으로 바뀐다. 오버페이에 대한 비난은 주로 타팀을 향한다. 구단에서도 이같은 기류를 잘 알고 있다. FA시장 거품은 각 구단 재정이 펑크나지 않는 이상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스포츠1팀 기자·jh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