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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김경문 감독이 나성범을 보며 김현수 떠올리는 이유

나유리 기자

입력 2017-10-18 08:12

 김경문 감독이 나성범을 보며 김현수 떠올리는 이유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2017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2사 만루 NC 나성범이 좌익수 앞 2타점 적시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10.15/

"누구보다 가슴이 아팠던 것은 나성범 자신이겠지."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번 나성범' 타순 변동 묘수를 꺼냈다. 나성범은 데뷔 이후 줄곧 3~4번 중심 타자로 활약해온 핵심 선수다. 하지만 2번 타순이 마냥 낯설지는 않다.

김경문 감독은 올해 정규 시즌 중에도 몇 차례 나성범을 2번타자로 기용했다. 사실 나성범처럼 파워가 있는 타자가 '테이블 세터'로 나서는 것은 상대방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과 압박이 된다. 언제든 장타를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타선의 무게감이 더 묵직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보통 2번타자는 작전 수행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하위 타선이나 1번타자가 출루한 이후에 희생 번트 지시가 가장 많이 떨어지는 포지션이다. 사실 나성범에게 번트를 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강공을 밀어붙이다보면 기대치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취재진과 대화를 할 때 "나성범을 2번으로 한번 이상은 꼭 내겠다. 약속하겠다"고 했고, 이것이 지켜졌다. 다른 이유보다도 나성범이 보다 편하게 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성범이가 (두산 선발)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타점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니퍼트를 만났으니 중심 타선에 두는 것보다 2번에서 더 편하게 치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성범은 '맹활약'까지는 아니었지만 안타 1개와 볼넷 1개로2번 타자의 역할을 어느정도 수행하는데는 성공했다.

사실 김경문 감독은 나성범을 바라보며 종종 김현수(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떠올린다.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과거 두산 사령탑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다. 김경문 감독이 2007년부터 김현수에게 본격적인 1군 출전 기회를 줬고, 그 기회를 받은 김현수는 국가대표 외야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큰 경기에 약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한국시리즈 병살타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에 있는 동안 한국시리즈 준우승만 3번(2005년, 2007년, 2008년) 했다. 특히 2008년에 SK 와이번스에 지면서 고배를 마셨는데 그때 김현수의 부진이 뼈아팠었다.

나성범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NC가 한국시리즈에서 4패로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 그의 타격 성적은 타율 1할4푼3리(14타수 2안타) 무홈런 무타점에 병살타 1개. 중심 타자가 맥을 못추니 NC도 폭발력을 잃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유형의 타자와 준우승 쓴잔을 마신 김경문 감독이 그래서 김현수와 나성범을 종종 함께 떠올리곤 한다. 김 감독은 "현수가 큰 경기에서 결과가 좋지 않으니 가슴앓이가 심했다. 성범이도 말은 안해도 작년 결과가 그렇게 나오고 나서 누구보다 본인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성범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히 높다. 또 올해 포스트시즌에는 현재까지 매 경기 안타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김경문 감독은 "하위 타선 타자들의 활약도 반갑지만, 결국 쳐줘야 하는 것은 힘있는 타자들이다. 나성범이 터져줘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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