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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했던 바노스 변화구가 준 교훈 '당황하면 당한다'

나유리 기자

입력 2017-02-27 07:41

수정 2017-02-27 07:57

예리했던 바노스 변화구가 준 교훈 '당황하면 당한다'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WBC 대표팀과 쿠바의 2차 평가전이 열렸다. 사진은 쿠바 선발투수 바노스 고척돔=김경민 기자 kyunmgin@sportschosun.com /2017.02.26.

"생각보다 훨씬 더 변화구가 예리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26일 쿠바와의 2차 평가전이 7대6 승리로 끝난 후 가장 먼저 상대 선발투수를 언급했다. 김 감독은 "블라디미르 바노스가 그동안 던진 쿠바의 투수들 중에 변화구가 가장 좋았다. 슬라이더와 커터가 굉장히 예리하게 꺾였다. 우리 타자들도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 들어갔는데 빗맞은 타구가 나왔다. 노리고 쳐도 타이밍이 늦었다"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쿠바의 2차전 선발 투수는 우완 바노스. 쿠바 국내리그에서 뛰는 선수다. 이날 바노스는 한국 타선을 상대로 4⅔이닝 동안 3안타 2볼넷 6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투구수 70개에 육박한 5회에 안타를 맞아 실점했으나 4회까지는 완벽한 무실점 피칭이었다.

최고 구속은 140㎞에 불과했지만 직구 없이 커터(35개) 슬라이더(21개) 커브(9개) 투심패스트볼(6개) 등 변화구로 한국 타선을 요리했다. 구속이 빠르지는 않아도 볼끝에 힘이 있었다. 한국 타자들이 작심하고 친 공은 대부분 파울이 됐다. 컨택 능력이 좋은 이용규와 손아섭만 바모스를 상대로 유일하게 안타를 뽑아냈다. 중심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신 헛돌았다.

쿠바가 아마야구 최강으로 명성이 높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결승에서 한국 대표팀과 맞붙었던 강팀 이미지가 남아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대회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다. 많은 선수들이 미국으로 건너가며 대표팀 전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WBC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대부분 자국 리그에서 뛰는 이들이다. 투수들도 빼어난 수준은 아니라고 전력 분석이 나왔다. 김인식 감독은 "쿠바 대표팀 중 145㎞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1~2명 정도"라고 했다.

실제로 1,2차전을 통해 본 쿠바 투수들은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노스는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였고, 당황한 한국 타자들은 제대로 된 공략에 실패했다.

WBC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김인식 감독도 낯선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있다. 한국 대표팀이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던 지난 2013년 WBC에서는 네덜란드의 선발투수 디호마르 마르크벌에게 4이닝 동안 안타 2개를 치는데 그쳤고, 결국 0대5로 완패했었다. 2015년 프리미어12에서도 미국 선발투수 지크 스프루일에게 6이닝 7삼진 무득점에 그쳤던 기억이 남아있다.

개막전이자 1라운드 첫번째 상대인 이스라엘전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스라엘 대표팀에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도 속해있지만 한국 대표팀이 직접 본 상대는 거의 없다. 대부분 낯선 상대다. 전력 분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 역시 한계가 있다. 결국 실전 뿐이다. 수 많은 변수까지 감안해 철저한 대비를 마쳐야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2013년 1라운드 탈락의 아픈 기억 뒤에는 '방심'이 있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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