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과 왼손의 관계라면 투수가 절대 유리하다는게 정설이다. 이승엽-구대성의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이를 뒤집는 경우가 있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 왼손 투수 브룩스 레일리(28)와 NC 다이노스 왼손 거포 에릭 테임즈(30)다. 레일리는 지난해 11승9패,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하며 KBO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냈다. NC를 상대로도 7경기에 등판해 3승3패, 평균자책점 3.83으로 전반적으로 호투했다. 그런데 테임즈를 상대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테임즈는 레일리와 25번 맞붙어 타율 5할2푼4리(21타수 11안타)에 2홈런을 때렸다. 볼넷 3개와 사구 1개도 얻어냈다. 지난 시즌 테임즈를 10번 이상 상대한 투수중 피안타율이 가장 높은 선수는 한화 이글스 배영수로 10타석에서 8타수 5안타 2홈런을 허용했다. 그런데 배영수는 오른손 투수다. 테임즈가 지난 시즌 우투수 상대 3할6푼8리, 좌투수 상대 4할의 타율을 기록했음을 감안하더라도 레일리와의 성적은 '특별'했다.
그러나 투수와 타자는 어디까지나 구종과 볼카운트, 심리 싸움이다. 레일리는 직구 구속이 평균 140㎞대 중반에 슬라이더, 커브, 투심,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다양하게 던진다. 빠른 공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정교한 컨트롤과 볼배합을 앞세워 완급조절로 타자를 상대하는 투수로 분석된다. 굳이 비슷한 스타일을 찾자면 2011~2013년 LG 트윈스에서 던졌던 왼손 장신(1m95) 주키치를 떠올릴 수 있는데, 그와 비교해도 릴리스포인트가 밀리지 않는다. 테임즈가 왼손 투수의 바깥쪽으로 대각선을 그으며 파고드는 공에 약점을 보이기는 하지만 레일리가 바깥쪽으로 효과적으로 던진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테임즈와 만날 때마다 안타를 내주기 때문에 맞대결을 할수록 밀린다는 부담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