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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6G 연속 왼손 승리투수가 주는 의미

함태수 기자

입력 2015-09-0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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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6G 연속 왼손 승리투수가 주는 의미
12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5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8.12

함덕주-유희관-이현승-진야곱-장원준-유희관.



두산은 최근 7경기에서 6승1패를 거뒀다.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파죽의 5연승, 3~4일 창원 NC전에서는 1승1패를 했다. 이 기간 6경기 승리 투수는 모두 왼손이다. 다승 부문 단독 선두(17승) 유희관이 선발로 2승, 장원준 1승, 나머지는 모두 불펜 투수가 중간에 나와 승리를 챙겼다.

이쯤되면 한 때 마땅한 왼손투수가 없어 골머리를 앓던 팀이 맞나 싶다. 두산은 1988년 윤석환(13승) 이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왼손 투수를 배출하지 못해 외국인 선수에게만 의존했다. 2013년 유희관이 등장하기 전, 두산의 아킬레스건은 수준급의 좌투수였다. 그런데 지금은 FA로 영입한 장원준마저 12승을 챙기며 구단 창단 최초로 한 시즌 2명의 좌완 10승을 보유하게 됐다.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프런트의 힘이다.

여기서 눈 여겨 볼 또 다른 점은 함덕주, 이현승, 진야곱이 거둔 3승이다. 이건 김태형 두산 감독의 힘이다. 일전에 김용희 SK 감독은 "똑똑한 사람"이라고 김태형 감독을 표현한 적이 있는데, "순간 순간 민첩하게 움직이고, 판단력이 좋다"는 말을 했다. 위기 때마다 묘수를 발휘하고 주위의 반대에도 강하게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는 의미였다.

따지고 보면 올해 김태형 감독은 캠프 때 구상대로 경기를 치른 적이 없다. 마무리 투수로 점 찍은 노경은의 턱 부상, 셋업맨 김강률의 아킬레스건 부상, 5선발 이현승의 손가락 부상, 불펜의 '키'라던 윤명준의 부진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시즌 초 잇따라 벌어졌다. 팀 전력의 50%라는 외국인 선수들은 어떤가. 유네스키 마야는 노히트노런 이후 발목 통증으로 자기 공을 못 던졌다. '효자' 더스틴 니퍼트 아파도 너무 자주 아프다. 결국 계획대로 된 건 아무 것도 없다. 김태형 감독은 "야구가 참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거의 2주에 한 번씩 마운드에 수정펜을 가하며 지금의 뼈대를 만들었다. 유희관-장원준-스와잭-허준혁-이현호가 꾸리는 5인 선발진은 시즌 전 누구도 예상치 못한 모습이다. 또 투수조 조장 이현승이 공격적인 몸쪽 승부로 연거푸 세이브를 올리고, 진야곱이 불펜에서 예리한 제구를 뽐낼 줄도 몰랐다. 함덕주는 전반기까지 씩씩하던 자신의 장점이 사라진 듯 했지만, 편한 상황에서 등판하게 끔 배려하자 지난해 좋았던 피칭 내용을 다시 선보이고 있다. 두산은 다음주 니퍼트만 돌아온다면 마운드는 더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야수들도 캠프 막판에서 선보인 베스트 라인업은 아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만난 김 감독은 민병헌-정수빈-김현수-루츠-홍성흔-오재원-양의지-김재환-김재호로 이어지는 1~9번의 라인업을 올 시즌 자주 쓸 듯 했다. 그러나 현재 2번 정수빈, 9번 김재호를 제외하면 모두 위치가 바뀌었다. 아예 보이지 않는 선수도 있다. 지난 4일 창원 NC전을 보자. 허경민-정수빈-민병헌-김현수-오재원-양의지-오재일-유민상-김재호가 선발로 출전했다. 늘 백업 멤버로 분류된 허경민과 오재일, 유민상의 이름이 눈에 띄고 국가대표 톱타자 민병헌은 3번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찰 대상으로 급부상 한 김현수가 4번에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외국인 타자 데이빈슨 로메로가 부진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요즘 외국인 타자 없이 경기를 치르는 유일한 구단이 바로 두산이다. 어쨌든 허경민이 1번에서 200%의 활약을 하고 있고 오재일도 데뷔 첫 10홈런 고지에 올랐다. 새롭게 구성된 중심 타선도 찬스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쳐주니 무섭다. 이 때문에 지금의 팀 상승세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모든 걸 쏟고 있는 선수들이 칭찬을 받아야겠지만, 1년 차 김태형 감독이 민첩하게 움직이며 '외인' 없이도 2위 싸움을 하게 끔 분위기를 만든 것도 인정해야 할 듯 하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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