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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새 영웅, '산소같은 남자' 안영명의 가치

이원만 기자

입력 2015-04-1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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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새 영웅, '산소같은 남자' 안영명의 가치
29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릴 2015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안영명이 넥센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3.29.

선수의 가치는 위기의 순간에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렇게 위기의 순간에 놀랄만한 힘을 발휘하는 인물을 일컬어 우리는 '영웅'이라 부른다. 부상자가 속출하며 힘겨운 4월을 보내고 있는 한화 이글스에 새로운 영웅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우완투수 안영명이다. 질식 직전의 선발 로테이션에 숨을 불어넣은 '산소같은 남자'다.



안영명의 가치가 돋보이는 이유는 갑작스러운 보직 전환에도 불구하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 원래 안영명은 시즌 출발을 중간계투로 했다. 김성근 감독(73)의 시즌 선발 구상 속에 사실 안영명의 자리는 없었다. 안영명의 역량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좀 더 선발에 적합한 인물들이 많았기 때문. 외국인 듀오 탈보트-유먼에 FA로 영입한 배영수와 송은범, 그리고 '한화의 미래'들인 이태양과 유창식까지. 얼핏 따져봐도 '5선발'에 들어갈 인원이 넘친다. 그래서 안영명에게는 중간에 길게 던져줄 필승 롱릴리프의 역할이 부여됐다.

실제로 안영명은 시즌 개막후 6경기에 불펜으로 나왔다. 그러나 썩 좋은 활약은 하지 못했다. 6경기에서 5⅓이닝을 던지며 4자책점을 기록해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했다. 승패나 홀드는 기록하지 못했다. 6경기 중 2경기에서 실점(3월28일 목동 넥센전 1실점, 4월3일 창원 NC전 3실점)을 기록했고, 2경기(4월7, 8일 대전 LG전)에서는 원포인트 릴리프처럼 아웃카운트 1개만 잡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안영명은 그다지 인상적인 실력을 지닌 투수는 아닌 듯 하다.

그러나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영명의 진짜 가치는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그는 선발 마운드에서 훨씬 더 빛이나는 인물이었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가 나타났다. 배영수가 허리 통증 등으로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했고, 송은범 역시 선발로 부진한 뒤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게다가 유창식도 흔들렸고, 심지어 이태양은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수술대에 올라야 할 처지다.

사실상 탈보트와 유먼 외에는 명확한 선발이 사라진 대위기. 김 감독은 고심끝에 안영명 카드를 빼들었다. 놀라운 파급력을 가져온 한 수 였다. 안영명은 선발로 보직을 전환해 나온 2경기에서 연속 선발승을 따냈다. 17일까지 팀이 거둔 7승 중에 안영명이 무려 2승을 책임진 것이다. 당당한 팀내 다승 1위 기록이다.

첫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 11일 부산 롯데전에서 안영명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했다. 6이닝 동안 85개의 공을 던지며 2안타 3볼넷 4삼진으로 비자책 1점만 허용하며 승리를 따냈다. 그러더니 17일 대전 NC전에도 나와 5이닝 동안 2실점(1자책)을 기록해 연속 선발승을 따냈다. 팀의 '승리 아이콘'이 된 것이다. 연속 선발 활약으로 안영명의 평균자책점은 2.76으로 뚝 떨어졌다.

안영명은 최근의 활약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선발의 매력을 만끽하며 던지고 있다. 사실 불펜을 해봐서 알지만, 선발이 일찍 내려가면 뒤의 투수들이 무척 힘들다. 그래서 가능하면 길게 던지려고 하고 있다." 이 말 속에는 안영명이 '선발'로서의 자각을 확실하게 하고 있다는 게 드러난다.

의문이 드는 점도 있다. 불펜으로 나선 6경기에서 안영명은 적게는 4개, 많아야 37개의 공만 던졌다. 선발은 기본적으로 100개 가까운 공을 던져야 한다. 투구수의 급격한 증가는 투수에게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안영명은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 "워낙 스프링캠프 때 투구량을 많이 해놔서 지금 당장은 큰 무리가 없다. 많이 던진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김 감독은 팀에 부임한 이후 스프링캠프에서 '투수조 전담'을 선언했다. 그리고는 안영명을 비롯한 투수진을 1대1로 가르쳤다. 기본적으로 아프지 않은 투수들에게는 가급적 많은 공을 던지게 했다. 2000개 정도의 공을 던진 투수가 태반. 안영명도 마찬가지다. 알게모르게 선발 보직 변경의 가능성을 깔아놓고 대비를 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 효과가 결국 지금 안영명의 맹활약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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