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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시즌서 PS 내다본 LG 양상문의 ‘혜안’

박아람 기자

입력 2014-10-23 08:57

정규 시즌서 PS 내다본 LG 양상문의 ‘혜안’


LG가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겼습니다. 마산구장에서 펼쳐진 NC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4:2로 신승해 2연승을 거뒀습니다.



LG 타선은 11안타 6사사구를 얻었지만 숱한 득점권 기회에서 적시타가 터지지 않아 어려운 경기를 했습니다. 잔루는 13개나 되었습니다. 포스트시즌에서 1점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4회초 터진 스나이더의 2점 홈런은 결정적이었습니다. 3:0으로 벌려 LG의 경기 운영에 여유를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정규 시즌 37경기에서 0.210의 타율 4홈런에 그친 스나이더가 준플레이오프에서 홈런을 터뜨릴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머리에 사구를 맞고 두 번이나 골반 부상에 시달린 스나이더의 컨디션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정규 시즌 막판 5위 SK의 집요한 추격으로 인해 LG는 매 경기 총력전을 펼쳤습니다. 스나이더가 개인 컨디션을 끌어올리도록 배려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10월 3일 잠실 넥센전을 시작으로 스나이더를 꾸준히 기용했습니다. 승부처에서 대타로 나와 내야 뜬공으로 물러나도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0월 15일 대구 삼성전에서 우월 2루타를 터뜨려 회생 가능성을 선보인 스나이더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안타를 몰아치더니 2차전에서 기어이 일을 냈습니다.

스나이더의 홈런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정규 시즌 막판부터 스나이더를 꾸준히 기용하며 포스트시즌을 내다본 양상문 감독의 인내가 만든 결과물이었습니다. 포스트시즌에서 잠실구장보다 규모가 작은 원정 구장에서 홈런을 터뜨려 경기 흐름을 바꿀 외국인 타자의 존재가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쐐기점은 엉뚱하게 나왔습니다. 3:2의 불안한 리드가 이어지던 9회초 1사 후 대주자 문선재가 2루 도루를 감행했습니다. 동시에 방망이를 휘두른 이병규(7번)의 타구는 높이 떠올랐지만 문선재는 1루로 귀루하기는커녕 3루를 돌고 있었습니다. 명백한 본헤드 플레이였으나 2루수 박민우가 포구하지 못하는 실책으로 상쇄되었습니다. 문선재가 홈으로 들어와 4:2로 벌어졌고 NC의 추격 의지는 완전히 꺾였습니다.

문선재는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을지 여부조차 불투명했습니다. 부진으로 인해 22경기밖에 출전하지 않았고 타율은 0.150에 그쳤습니다. 당초 문선재는 1군에 올라오지 않고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계획을 바꾸어 문선재의 교육리그 참가를 취소시키고 10월 11일 1군 엔트리에 전격 합류시켰습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문선재는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대주자로 출전해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득점을 얻었습니다. 만일 문선재가 교육리그에서 뛰고 있었다면 9회초 쐐기 득점도 없었을 것입니다.

'최고의 장수는 용장, 덕장, 지장도 아닌 운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어떤 장수보다 행운이 따르는 장수가 무섭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의 선수기용은 행운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의 산물입니다. 정규 시즌 막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4위 싸움에 쫓기면서도 포스트시즌을 차곡차곡 준비한 양상문 감독의 혜안이 준플레이오프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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