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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한신 수호신 지정번호 '22번' 달까

이원만 기자

입력 2013-11-23 12:59

오승환, 한신 수호신 지정번호 '22번' 달까
1일 오후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등판한 삼성 오승환이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1.01.

등번호는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어떤 면에서 자존심의 상징과 같다. 그래서 새로 팀을 옮길 때 원래 달았던 등번호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크다. 그런데 해당 번호를 이미 다른 선수가 사용하고 있다면 어떨까. 대부분 선수들끼리의 선후배 관계를 기반으로 교통정리가 된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발언권이 적다. 그래서 내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한신에서 뛰게되는 '끝판대장' 오승환(31)도 9년간 고수해왔던 '21번'을 달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하지만 또 다른 반전이 있다. 21번을 잃게 된 오승환이 또 다른 상징적 등번호를 물려받게될 가능성이 크다. 이 번호는 한신의 '전 수호신' 후지카와 규지가 달았던 '22번'이다.

일본 산케이스포츠와 스포니치 등 스포츠전문매체들은 23일(한국시각) 한국 선수 최초로 한신 유니폼을 입게된 오승환이 한신에서 뛰며 일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하다 메이저리그로 간 후지카와 규지(33)의 등번호인 '22번'을 넘겨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색다른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오승환은 전날 삼성 경산 볼파크에서 한신과 2년간 계약금 2억엔에 연봉 3억엔 그리고 옵션 1억엔 등 최대 9억엔(약 95억원)에 입단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는 역대 한국 프로무대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선수 가운데 최고 대우다. 그만큼 한신에서 오승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다.

더불어 한신이 마무리 투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 한신은 지난해까지 현역 최고의 마무리로 평가받던 후지카와 덕분에 뒷문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후지카와가 지난해를 끝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올 시즌 내내 마무리 약화 문제로 고민해왔다. 오죽하면 오승환의 입단 소식을 전해들은 와다 유타카 한신 감독이 "1년간 고생한 포지션이라 (오승환이) 단단히 메워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한신이 오승환에게 바라는 목표는 정확히 '후지카와만큼 해주는 것'이다. 2007년부터 한신 마무리로 활약해 온 후지카와는 2012시즌 2승2패 24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했다. 통산 세이브 기록은 220개나 된다.

재미있는 점은 한신이 아예 오승환에게 후지카와가 달았던 등번호 '22번'까지 내주기로 한 것이다. 후지카와가 팀을 떠난 뒤 '22번'은 아무나 달 수 없는 번호로 인식돼왔다. 올해 누구도 '22번'에 탐을 내지 않았다.

원래 오승환은 한국에서 '21번'을 달았다. 하지만 현재 한신에서는 좌완 선발 이와타 미노루(30)가 21번을 달고 있다. 비록 오승환이 큰 기대를 받고 한신에 입단했지만, 신인이 아니라 팀에서 오래 기여해 온 선수의 번호를 달라고 할 입장은 아니다. 자칫 첫인상을 안좋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 한신이 멋진 해결책을 내어놓은 것이다. 후지카와의 이적 후 주인을 잃은 '22번'을 맡기면서 동시에 후지카와처럼 맹활약해달라는 기원을 담아내기도 했다. 한신 '22번'의 새 주인으로 유력시되는 오승환이 과연 '원주인' 후지카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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