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베일에 싸인 염경엽표 넥센, 본색을 드러내다

이명노 기자

입력 2013-02-11 02:18

수정 2013-02-11 07:27

more
베일에 싸인 염경엽표 넥센, 본색을 드러내다


조심스럽지만 신념은 확고하다. '초보 사령탑' 넥센 염경엽 감독의 첫번째 스프링캠프를 요약할 수 있는 문장이다.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염경엽호'의 행보가 이채롭다.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벌써 주전과 백업멤버가 확정됐다.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텍사스 레인저스 볼파크에서 전지훈련을 지휘중인 염 감독은 "주전은 이미 확정됐다"고 선언했다.

보통 스프링캠프는 '경쟁의 장'이 되기 마련이다. 대개 "정해진 자리는 없다"란 모토로 무한경쟁을 펼친다. 고참부터 신인선수까지 이를 악물고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기 위해 뛰기 마련이다. 하지만 넥센에 이런 모습은 없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2013 넥센의 주전 라인업을 공개합니다!

염 감독이 밝힌 '2013 넥센'의 밑그림은 이렇다. 일단 타선은 장기영(좌익수)-서건창(2루수)-이택근(중견수)-박병호(1루수)-강정호(유격수)-유한준(우익수)-이성열(지명타자)-박동원(포수)-김민성(3루수)로 꾸려졌다. 부상 등의 변수가 있지 않는 한, 확정된 라인업이다.

선발투수 5명은 나이트와 밴헤켄의 외국인선수 원투펀치와 김병현, 강윤구, 장효훈으로 짜여졌다. 중간계투는 문성현과 한현희, 이보근, 박성훈이 중심축으로 돌아가고, 마무리는 손승락이 나선다.

선발과 불펜투수간 보직 이동은 없다. 염 감독은 "투수의 경우 선발과 불펜 같은 보직, 야수의 경우에도 주전과 백업의 구분이 확실히 돼있다"고 밝혔다.이미 캠프 시작 때부터 선수 개개인에게 올시즌 맡아야 할 역할에 대해 설명을 마쳤다.

투수진 역시 야수처럼 백업층을 확실하게 구분지어놨다. 김상수 김영민 조상우 노환수 등이 선발투수로 몸을 만들고 있다. 여기서 2명 정도는 롱릴리프로 뛰거나 상대팀에 따라 선발투입된다. 이른바 '변형 7선발' 체제다. 이렇게 10명 정도가 선발투수로 준비중이고, 마정길 배힘찬 이정훈 심수창 등은 불펜진을 뒷받침한다. 불펜의 핵인 문성현과 한현희는 마무리 손승락이 연투했을 경우, 클로저 역할을 대신한다.

▶염경엽의 스프링캠프? 구상대로 착실히 준비한다

염 감독이 선수들에게 경쟁 대신 보직을 인지시켜준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미리 보직을 알려주면 그에 맞게 준비할 수 있다. 선발과 불펜은 쓰는 힘이 다르다"며 "시즌은 물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손승락이 연투해서 힘들다 싶을 때, 문성현과 한현희는 일찍부터 '내가 마무리로 나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준비된 선수와, 안 된 선수는 마음 자세부터 다르다"고 답했다.

주전과 백업을 나눈 것 역시 마찬가지 맥락이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의 성격에 대해 명확히 정의를 내렸다. 그는 "주전 경쟁은 마무리훈련에서 하는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을 만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스프링캠프는 구상한대로 시즌을 준비해 나가는 시기"라고 말했다.

주전들은 캠프 때 주전답게 훈련한다. 이미 검증된 박병호 강정호 등은 컨디션 조절에 중점을 두고, 출루율이 부족한 장기영이나 수비 동작이 매끄럽지 못한 서건창 등은 각자 모자란 부분을 집중 보완하는 식이다. 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훈련이다.

그렇다고 주전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백업멤버들은 시즌에 들어간 뒤, 기회를 노린다. 감독은 미리 구상한대로 팀을 운영한다. 변수가 발생했을 땐, 당연히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염 감독은 "주전들은 개막전에 맞춰 몸상태를 만드는데 집중한다. 하지만 백업선수들은 캠프 때 훈련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부족해서 주전에 못 든 것 아닌가. 시즌 때도 주전보다 출전시간이 적다. 훈련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그의 시선은 넥센의 미래에, 시행착오는 내 책임

그저 초보 사령탑의 패기로만 볼 수 있는 행보는 아니다. 염 감독은 넥센의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어느 정도 검증된 선수보다는 젊은 선수를 우선하는 게 그 방증이다.

특히 포수의 경우, 상무에서 제대한 박동원을 주전으로 점찍었다. 2009년 2차 3라운드 전체 19순위로 입단한 개성고 출신의 5년차 포수다. 1군 기록은 2010년 7경기에 나선 게 전부. 안타도 없다. 곧장 1군 주전포수를 맡기엔 시기상조란 지적도 있다.

염 감독은 "중요한 건 가능성이다. 비전이 있는 선수다. 방망이도 현재 포수들 중 제일 낫다. 앞으로 넥센 포수진을 생각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캐칭과 블로킹이 미숙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갖게 되는 '경험'으로 인해 점점 나아질 것으로 봤다. 투수와 야수를 리드하는 경기 조율적인 측면은 벤치가 도와주면 된다고 했다.

지난해 주전포수 허도환은 16승을 올린 나이트의 전담포수 및 경기 막판 '세이브 포수'로 나선다. 'No. 2' 역할이다. 플랜B 역시 미래를 내다 본 선택을 했다. 박동원이 빠지면, 2년차 지재옥이 스타팅으로 나간다. 백업포수 허도환의 백업은 베테랑 최경철이 맡는다. 1안과 2안 모두 신구의 적절한 조화를 꾀했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에 온 45명 모두 1군 선수라고 했다. 이들이 2군에 있을 때도 항상 1군에 갈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다. 2군 대신 1군 스케줄에 맞게 운동한다. 시즌 구상에 차질이 없게 하기 위함이다. 스프링캠프 멤버는 2군에 내려가더라도 1군 코칭스태프의 관리를 받게 된다. 이 역시 2군의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을 체크하며 미래를 내다보겠단 생각이다.

달리 해석하면, 감독이 '헤드 코치'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선수단 관리 시스템을 끌고 가는 '매니저' 역할까지 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확고한 야구관을 보였지만, 그는 '배운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염 감독은 "내 스타일대로, 생각한대로 준비하고 있다. 결과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시행착오는 내가 겪는 것이다. 모두 내 책임이다. 내년에 바꿀 건 바꾸고, 유지할 건 유지하면 된다"고 했다. 초보 사령탑의 패기 넘치는 리더십, 2013년 넥센의 달라진 모습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서프라이즈(미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Copyright sport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