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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송창식 눈물겨운 7년만의 선발승

최만식 기자

입력 2011-08-21 20:52

한화 송창식 눈물겨운 7년만의 선발승
21일 잠실에서 두산과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선발투수 송창식이 상대타자를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3회까지 무실점 호투. 잠실=홍찬일 기자 hongil@sportschosun.com 2011.08.21

더이상 나올 눈물도 없던 모양이다.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평생 잊을 수 없는 승리를 거두고도 담담했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에 남아 자신의 이름 석자를 연호하는 관중을 보고 나서야 얼굴에 발갛게 상기됐을 뿐이다.

한화 선발 송창식(26)이 눈물어린 선발승을 거뒀다.

송창식은 21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전서 선발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6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이 올시즌 세 번째 선발 등판. 지난 2004년 8월 4일 롯데전 이후 2573일 만에 맛보는 선발 승리였다. 지난 4월 29일 삼성전 구원승 이후 시즌 2승째다.

겉보기엔 보잘 것 없는 성적같지만 송창식에게는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값진 승리다. 팔꿈치 수술에 이은 희귀병으로 선수생활을 그만뒀다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거둔 승리이기 때문이다.

송창식은 "경기가 승리로 끝난 뒤 부모님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들을 위해 기도하신 부모님께 귀중한 승리를 받치고 싶다는 것이다.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송창식은 인생역전의 대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 세광고를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한 송창식은 직구 평균 시속 143㎞를 찍는 유망주였다. 아니나 다를까. 프로 데뷔 첫 해 8승7패를 기록하며 신인답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고교 시절 혹사한 데다 데뷔 첫해 140⅓이닝으로 무리한 바람에 오른쪽 팔꿈치에 무리가 왔다. 결국 이듬해 수술을 받으면서 그저 그런 선수가 됐다. 2006년과 2007년 두 시즌 동안 출전한 게 21이닝에 그쳤다. 당연히 승리는 없고 1홀드1패가 유일한 성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2007년말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손가락 끝에 피가 통하지 않으면서 감각이 무뎌진다는 폐쇄성 혈전혈관염에 걸렸다는 것이다. 일명 '버거씨병'이라 불리는 희귀질환이었다. 손가락이 굳어져 볼을 힘있게 뿌릴 수가 없으니 투수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결국 2008년 말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싹도 틔워보지 못하고 너무 억울했다. 그럴 수록 '이렇게 포기할 수 없다'는 오기만 더 커졌고 야구에 대한 집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모교인 세광고 코치로 일하면서 혼자서 재활에 몰두했다.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는 것이니 꾸준한 피칭연습으로 팔을 놀리지 않았고 치료를 병행하며 "나을 수 있다" 긍정 마인드 하나로 버텼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기적이 일어났다. 2009년 여름 손가락에 감각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병마를 이겨낸 송창식은 2010년 입단 데스트를 다시 받고 갓 부임한 한대화 감독으로부터 기회를 얻었다. 새로운 인생의 출발이었다.

▶"난 위기에 강한 남자다"

온갖 풍파를 다 겪어서일까. 송창식은 올시즌 위기에 강한 남자가 됐다. 이날 두산전 선발승을 챙기기까지 근 7년을 돌아왔지만 준비된 사나이였다. 한대화 감독은 류현진 양 훈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고심 끝에 송창식을 선발로 끌어올렸다. 지난 4월 12일 SK전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 이후 4개월 만이다. 그동안 불펜 투수로 잠깐 얼굴만 내비쳤으니 경기감각이 녹록지 않을 터. 더구나 한화는 20일 두산전에서 9대18로 대패하며 분위기가 푹 가라앉은 상태였다. 그래도 한 감독은 "송창식이 작년에 비해 더 좋아지고 있다"며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역시 송창식에게 이정도 위기는 위기도 아니었다. 1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시작한 송창식은 플라이와 땅볼을 능숙하게 유도하며 전날 불꽃같던 두산의 방망이에 찬물을 뿌렸다. 그사이 상대 선발 이용찬은 1회에만 38개의 볼을 던지며 3실점하는 등 무너져 갔다. 송창식은 4월 29일 삼성전에서 구원으로 시즌 첫승을 챙길 때도 위기 해결사였다. 당시 5연패의 늪에서 삼성은 만난 한화는 5회까지 2-4로 끌려다녔다. 선발 데폴라와 중간계투 박정진이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세 번째 투수로 올라온 송창식은 1⅓이닝 동안 3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버티며 7대4 역전승의 디딤돌이 됐다. 이번에도 팀을 구한 송창식은 "너무 오랜만에 선발승 해서 기쁘다. 다시 찾아온 선발 기회는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잠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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