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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속에 본 희망, '어둠의 피처' KIA 양현종이 살아난다

이원만 기자

입력 2011-08-07 14:12

위기속에 본 희망, '어둠의 피처' KIA 양현종이 살아난다
KIA 좌완선발 양현종이 지난 7월31일 광주 넥센전에서 1군 복귀 후 첫 선발 피칭을 하고 있다. 광주=조병관 기자rainmaker@sportschosun.com

언제부터인가, 불꺼진 광주구장의 어둠 속에서 홀로 투구 연습을 하는 선수가 나타났다.



공은 쥐지 않은 채 투구 동작만 반복하는 '쉐도 피칭'. 제대로 보이지도 않거니와 보는 이도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투구 밸런스를 잡기 위한 자기 스스로와의 고독한 싸움일 뿐. 그렇게 스스로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 KIA 좌완선발 투수 양현종이 조금씩 희망의 빛을 뿜어내고 있다.

양현종은 지난 6일 인천 SK전에서 6이닝 7안타 2볼넷 5삼진으로 2실점했다.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지난 7월31일에 1군에 돌아온 이후 두 번째 선발에서 드디어 시즌 6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양현종이 퀄리티스타트를 한 것은 지난 6월16일 대전 한화전(6⅔이닝 3안타 1홈런 3실점)이후 51일 만이다.

양현종은 한 달전부터 극심한 밸런스 난조로 고생하고 있다. 지난 7월9일 잠실 LG전에서 1⅔이닝 만에 홈런 2개를 포함해 무려 8개의 집중안타를 얻어맞으며 4실점하자 KIA 코칭스태프는 양현종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밸런스 교정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군으로 내려보내지는 않았다. 1군 선수단과 동행시키며 이강철 투수코치가 집중조련하기 시작했다. 조범현 감독도 수시로 양현종의 상태를 체크했다. 결국 지난 7월29일 조 감독의 '최종 OK' 사인을 받고 이틀 뒤인 7월31일 광주 넥센전에 선발로 나섰다.

하지만, 복귀 후 첫 등판에서 양현종은 여전히 문제점을 드러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7㎞까지 나왔지만, 밸런스는 여전히 들쭉날쭉. 삼진은 4개를 잡았지만, 볼넷도 4개나 허용했다. 결국 3이닝 만에 3안타(1홈런)를 맞고 4실점하며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명예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했던 양현종으로서는 무척이나 분통이 터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후 양현종은 머리카락을 마치 중학생처럼 짧게 잘랐다. 말수도 줄어들었고, 표정도 딱딱하게 굳었다. 특유의 여유롭던 미소도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홈경기가 끝나면 밤마다 홀로 쉐도 피칭을 했다. 그럼에도 복귀 후 첫 출발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KIA 코칭스태프에게도 고민스러운 일이다. 로페즈가 빠지며 발생한 선발 마운드의 공백을 양현종이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

그나마 두 번째 등판에서 양현종이 밸런스를 되찾는 모습을 보이며 다시 KIA 코칭스태프도 희망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날 SK전에서 양현종은 최고 147㎞의 직구와 한층 좋아진 제구력으로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켜냈다. 볼넷도 많이 줄어들었다. 팀 타선의 도움만 있었다면 충분히 승리투수가 될 만 했다. 양현종의 부활기미로 인해 최근 침체돼가던 KIA도 다시금 희망을 기대하게 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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